운용사들, 의무공개매수 ‘선행매수’ 제동…“주주 모두 같은 비율로”
18개사 “50%+1주 기준은 수용…지배·일반주주 매각 기회 동일해야”
“지배주주는 전량, 일반주주는 일부만…주주 간 매각 기회 차별” 지적
내달 1일 본회의 앞두고 제도 재논의 촉구…비례적 공개매수 대안 제시
2026-09-30 16:38:31 ㅣ 2026-09-30 16:56:33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안의 핵심 쟁점이 ‘50%+1주’라는 매수 물량에서 지배주주 선행매수 허용 여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지배주주가 지분을 선행매수하면 제한된 공개매수 물량을 사실상 먼저 가져갈 수 있다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에게 동일한 가격과 매각 비율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선행매수가 허용되면 지배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사실상 독점하는 반면, 일반주주는 제한된 물량만 프리미엄에 매각한 채 경영권 이전 이후의 주가 하락 위험을 떠안을 수 있어 일반주주 보호라는 제도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오는 10월1일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일반주주·기관투자자·기업·M&A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개 논의를 거쳐 제도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지난 17일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데다 28일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문턱을 넘은 만큼 국회에서는 예정대로 본회의 처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집니다. 운용사들이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제동을 건 배경입니다.
 
운용사들은 특히 50%+1주라는 부분매수 방식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지배주주 선행매수 구조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배주주는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할 수 있는 반면 일반주주는 남은 공개매수 물량에 대해서만 매각할 수 있어 주주 간 매각 비율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된 것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의결한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선행매수 허용 방식입니다.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의무공개매수를 적용하되, 인수자가 최종적으로 확보해야 할 지분을 50%+1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 최대주주 지분을 먼저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물량을 의무공개매수 물량에서 제외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지배주주가 회사 지분 40%를 보유한 경우 인수자가 지배주주에게서 40%를 먼저 사들이면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 물량은 10%+1주에 그칩니다. 공개매수 물량을 초과해 응모하면 일반주주 물량은 안분비례해 매수합니다. 반면 지배주주는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할 수 있어 일반주주와 매각 기회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최대주주가 50%+1주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는 선행매수만으로 기준을 충족해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 주요 M&A에서도 이 같은 구조가 적용될 수 있는 거래가 적지 않았습니다. 운용사들이 2015년 이후 3000억원 이상 주요 M&A 35건을 분석한 결과, 지배주주 지분이 50% 이상이었던 거래는 15건으로 42.9%에 달했습니다. 이들 거래에서는 개정안에 따라 지배주주 지분 선행매수만으로 50%+1주 확보가 가능해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주장입니다.
 
운용사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시했습니다. 50%+1주라는 총 매수 물량은 유지하되 지배주주가 먼저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일반주주와 동일한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모든 주주가 응모할 경우 인수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로부터 보유지분에 비례해 물량을 나눠 매수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모든 주주에게 같은 가격뿐 아니라 같은 비율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선행매수를 없애면 비례적 공개매수도 사실상 필요 없다”며 “인수자가 공개매수 방식으로 주식을 취득하고 응모 물량이 매수 예정 물량을 초과하면 비례적으로 매수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논의의 출발점은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당시 제도 도입안에서 주식양수도 방식의 M&A에서는 일반주주가 경영권 거래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다만 일반주주 보유지분을 전량 매수하도록 할 경우 과도한 인수대금으로 M&A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50%+1주를 기준으로 이미 취득한 지분을 제외한 물량만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운용사들도 50%+1주라는 절충안 자체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김연수 칸서스자산운용 대표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대주주에게 별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다는 전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요구가 운용사들이 보유한 투자자산의 회수 기회와도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비례적 공개매수가 도입되면 운용사가 보유한 상장사 지분도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용사 측은 이에 대해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논의 촉구 자산운용사 긴급 공동성명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케이앤어소시에이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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