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 급물살…증권사, 운영 참여 여부에 '촉각'
퇴직연금 적립금 500조 상회…저조한 수익률에 개편 필요성↑
민주당 내 법안 발의 줄이어…이용우 "공적연금 최소한 참여 보장"
"자본시장과 윈윈 기회…전환점으로 협조해달라"
2026-10-07 17:21:14 ㅣ 2026-10-07 17:21:14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연내 처리를 목표로 국정감사가 종료된 이후인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상임위원회 논의가 진행될 전망인데요.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권이 주시하고 있는 운용 주체에 대한 이견도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입장을 반영해 '윈윈'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한다는 방침입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금형 퇴직연금 개편과 관련해 현재 한정애·안도걸·박홍배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대기 중입니다. 
 
세 사람의 법안은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 전문가가 운용한다는 방향을 같지만, 기금은 누가 만들고 운용할지를 두고 각자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의원은 노사가 참여하는 비영리 수탁법인, 안 의원은 민간 퇴직연금기금 전문운용사, 박 의원은 고용노동부 산하 퇴직연금공단을 운영 주체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여기에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 등 공적연금기관이 최소한의 비율로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법안 발의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병행 도입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서는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금운용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병행 도입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에 이릅니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DB)형 228조9000억원, 확정기여(DC)형 141조6000억원, IRP형 130조9000억원으로 구성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55년 퇴직연금 적립금이 최소 1858조원에서 최대 50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민연금 규모(2025년 말 기준 1458조원)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문제는 기금 규모 성장 속도에 비해 운용 성과가 저조하다는 점입니다. 2025년 한 해의 연간 수익률은 DB형이 3.53%, DC형이 8.47, IRP형이 9.44%로 나타났습니다. 이 의원도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저조한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라는 뚜렷한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입니다. 지난 2월 기금형 제도 도입을 위한 추진자문단과 노사정 TF 논의를 거쳐 공동선언이 이뤄졌고,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입법 및 시행 설계를 위한 후속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쟁점은 노사정이 제시하는 △공공형 △비영리 연합형 △금융기관 개방형 등 세 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을 채택하는 가 입니다. 정부안은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등 다양한 주체를 허용하자는 입장에 가깝고 노동계는 가입자 이익을 우선하는 독립적 수탁기관을 선호합니다. 금융권에서는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 중인 은행·증권·보험사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날 소개된 이 의원의 법안은 정부의 절충안과 가까운데요. 장기 기금운용 역량이 이미 검증된 공적연금관리기관을 포함시켜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겁니다. 국민연금 같은 거대 기관이 진입하는 것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법 시행 이후 최초 3년간은 시장점유율 10%, 5년간은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부칙 조항을 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회견 후 기자와 만나 "공적 연금의 시장 잠식 비율을 부칙으로 설정한 것은 시장을 리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지 민간 금융권의 시장을 잡아먹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공적 연금과 민간 기업들이 공정하게 선의의 경쟁들을 할 수 있는 환경들을 잘 만들어 갈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함께 배석한 원종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자문위원장도 "기금형 퇴직연금이 시작되면 사실상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이 아마 기존의 운용사들일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국내 자본시장 전체를 놓고보면 (공공과 민간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라며 "크게 걱정하기 보다는 자본시장의 큰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협조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 머니무브를 주도하고 있는 증권가에서도 우려와 함께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최종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은 "기금형 사업자가 추가로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이 심해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증권사의 계약형 퇴직연금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낙관했습니다. 그는 "법안 발표 전이라 구체적인 변화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충분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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