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의 K-교육 디자인)AI가 쓰는 학생부, 학생부종합전형의 위기
2026-10-13 10:36:47 ㅣ 2026-10-13 10:37:32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입전형은 우리 현실에 없다. 평등, 공정, 정의는 아름다운 단어일 뿐이며, 욕망이 엉키고 부딪히는 현실 입시는 투쟁의 장이다. 대학입시는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 대학입시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우리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현행 입시 체계의 근거가 욕망과 이익의 균형이기 때문이다. 공정성은 대입의 기본 전제이지만 동시에 욕망과 이익을 덮는 포장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학입시 개편이 사회적 논제가 되면 대개 대입 개편에 따라 달라질 이익 구조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2017-19년에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전환 추진이 촉발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 문제도 수시와 정시 선발인원 조정이라는 이익의 재조정으로 봉합되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대입전형의 공정성과 이익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변인이 나타났다. AI를 활용한 학생부가 그것이다. 지금은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이 새로운 현상은 대학입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학생부의 진실성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대학입시의 세 축은 내신, 수능, 학생부이다. 개별 학교 안에서 거둔 점수를 전국적으로 비교해 합·불을 가르는 내신 전형은 공정하지 않다. 서로 다른 학교 내에서 얻은 점수를 비교하려면 학생이 공통으로 치른 시험 점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전국의 모든 학교에 학력 차이가 없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간 학력 차이가 크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고 우리가 경험했으므로 이 전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전형이 유지되는 이유는 특목·자사고보다 일반고가, 학군지 일반고보다 비학군지 일반고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능 전형은 그 반대의 이익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공정성의 근거가 명확하다. 전국에서 모든 학생이 동시에 같은 시험을 치른다. 기회와 과정이 공정하고, 그 결과가 편향적으로 나타나도 그 문제점은 내신 전형으로 상쇄된다는 인식이 수능의 공정성을 지지한다. 이처럼 이익 구조가 서로 다른 내신 전형과 수능 전형은 서로 의지하며 공생한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독립적이다. 학종의 공정성은 ‘다수에 의한 다단계 평가 체제’이며, 그 존재 이유는 학교 교육과 일체화되어 수업 혁신과 학생 성장을 지원한다는 데 있다. 기존 내신과 수능으로는 학생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더 나은 학교 교육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전형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는 학생부의 진실성이다. 만약 학생부가 가짜라면 이 전형은 존속할 수 없다. 그런데 AI를 활용해 기록된 학생부의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 자율활동, 동아리 영역은 학생부의 진실성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AI를 활용하면 기록은 정교해지지만, 기록이 좋아질수록 현실과 멀어지기 마련이다. 정말로 학생이 기록된 대로 탐구 활동과 수행평가를 했을까. 교사도, 학생도 진실을 알고 있지만 공통의 이익을 위해 눈을 감게 된다. 마치 사진을 찍고 나서 가벼운 리터치를 하거나 포토샵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과 같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진을 수정하면 이 사진이 과연 내 얼굴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존폐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
 
대학은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잘 만들어진 학생부를 보고 정말 학생의 진짜 모습인지 헷갈린다. 대학이 면접에서 확인하려고 하겠지만, 진실을 가리기란 쉽지 않다. 의심이 사라지지 않으면 대학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의 비중을 줄이게 되고, 학생부의 핵심 정보는 교과 점수와 선택조합이 된다. 이렇게 되면 학교 교육과 일체화되어 수업 혁신과 학생 성장을 지원한다는 학종의 존재 근거가 흔들린다. 그리고 특목·자사고와 좋은 교육과정을 갖춘 일반고가 유리해지고, 지방 일반고나 소규모학교는 불리해진다. 정부가 학생부 항목 개편을 추진하려 해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선택지는 세특과 ‘창체’(창의적 체험활동)의 대폭 축소 혹은 교사가 서술식으로 기록하지 않는 새로운 항목 설정밖에 없을 듯하다. 쉬운 선택은 대폭 축소이고, 이는 학생부가 사실상 교과 기록으로 쪼그라든다는 의미이며, 그렇게 되면 학종은 사라질 수도 있다.
 
교사들의 AI 활용을 막을 방법이 없다. 동시에 학종의 존폐 위기를 막을 방법도 현재는 없다. 무엇이 결정적인 계기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학생부의 진실성 위기는 새로운 수능 체제 및 내신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맞물려 새로운 대입 체제를 설계하는 작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로운 대입 체제는 이익의 배분 구조가 아니라 더 좋은 학교 교육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김경범 국가교육위원회 대입특위 위원, 전 서울대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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