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패싱에 젤렌스키 '3자 회담' 역제안...푸틴이 쥔 '종전 키'
우크라 배제한 미·중·러 구상에 제동…종전 협상 새 국면
2026-10-21 17:48:00 ㅣ 2026-10-21 18:11:11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미·러·우 3자 정상회담에 미국이 호응하면서 종전 협상의 공이 러시아로 넘어갔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중·러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측 제안을 토대로 러시아와의 협상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종전 협상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젤렌스키 역제안에 미국 호응…러시아로 넘어간 공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는 2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전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및 유럽 지도자들과 협의한 내용을 러시아 측에 전달하기 위한 방문입니다.
 
이번 접촉의 핵심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한 미·러·우 3자 정상회담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직접 만나 종전의 핵심 쟁점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결정하는 상황을 막고 협상 당사국으로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슬로 회담에서는 종전 조건과 안전 보장, 전후 재건 문제 등이 논의됐습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교착 상태였던 종전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올랐다"며 "윗코프 특사가 러시아에서 어떤 답변을 받아올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 태도를 비판하며 다른 인물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놨습니다. 러시아의 군사적 우위를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양보도 거듭 촉구했습니다.
 
압박은 외교적 발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공급 지연과 군사 정보 제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며 군사적 대응을 이어갔습니다.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영토 양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협상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오슬로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의 러시아 미사일 공격 조기경보 정보 제공이 재개됐다"고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우·러냐 미·중·러냐…푸틴 선택에 달린 종전
 
종전 협상의 향방을 결정할 변수는 푸틴 대통령의 선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3자 회담 요구에 호응하면서 러시아가 제안한 미·중·러 정상회담 구상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종전 문제를 논의하려던 러시아로서는 협상 구도가 달라진 셈입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회담에 응할지가 향후 종전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미·중·러 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동하는 방안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상에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안보 문제를 당사국 없이 논의할 경우 강대국들이 전후 국제질서를 결정했던 1945년 얄타회담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장기화한 전쟁을 끝내고 외교적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정치적 부담이 커진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해야 전쟁 종식이라는 성과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반면 푸틴 대통령에게는 3자 회담을 수용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통제권 확보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협상에 참여한다면 영토 양보와 안보 보장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제안을 무조건 거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러시아가 대화를 거부한다면 전쟁 장기화의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완화한 대러 제재를 다시 강화할 가능성도 부담 요인입니다.
 
러시아 역시 일단 대화의 문은 열어둔 상태입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특사단이 우크라이나 및 유럽 측과 협의한 내용을 전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내놓느냐에 따라 종전 협상도 갈림길을 맞게 됐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역제안으로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열렸지만,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시작된 종전 협상이 이제 푸틴 대통령의 선택을 기다리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입니다.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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