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약 넉 달 새 200원 넘게 떨어지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상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는 약세를 보이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원화가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넘쳐난 이유가 큽니다. 시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이르면 연말께 1200원대 진입도 가능하다고 내다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FOMC 앞두고 단기 출렁…여전히 '1300원대 초반' 안정세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0원 오른 1337.7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환율은 지난 20일 이후 6거래일 연속 1320원대를 유지하다가 다시 1330원으로 오른 것인데,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단기적으로 출렁였다는 분석이 큽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1일 중동 지역 불안과 달러화 강세로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았고, 같은 달 2일에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555.8원을 찍으면서 1600원 돌파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8월 중순 올해 처음으로 1300원대로 진입했고,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26일에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323.1원까지 떨어졌습니다. 2024년 10월2일(1319.3원)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중 최고치였던 7월2일과 비교하면 넉 달도 안 된 사이 약 15% 하락한 것입니다.
원화 가치는 주요 교역국 통화와 비교해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실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원화의 명목실효환율은 94.83(2020년=100)으로 2024년 10월(94.9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명목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 통화와 비교한 원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수가 오를수록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강해졌음을 의미합니다.
환율 추가 하락 여지 크다…"내년 연평균 환율 전망치도 1320원"
고유가와 강달러에도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한 달 만에 역대 2위 기록을 다시 경신할 정도로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상품수지 개선이 주도한 이유가 큽니다. 날개를 단 반도체로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이 크게 늘어났고, 이는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출렁여도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내다봅니다. 무역흑자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의 추가 하락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환율 하단 범위로 1250원선까지 바라보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습니다. 실제 한은은 지난 8일 '8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통관 수출이 9월에는 굉장히 상승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9월도 좋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 역시 원화 가치가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신 총재는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년간 달러가 강세여서 교역 상대국의 가중치를 고려한 BIS 실효환율을 보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 8월 말 기준 BIS 실효환율은 89 정도로 장기 평균(101)보다 낮다. 원·달러 환율로 보나 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나 원화가 예년보다 아직도 약세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르면 연말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9월 미국 FOMC 이후 강달러 압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달러를 이기는 강세를 전개하고 있다"며 "예상대로 강달러 압력이 점진적으로 완화된다면 원·달러 환율 하단이 더 열릴 것으로 연말까지 적정 환율 범위로 1250~1390원을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도 1320원으로 낮췄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금융센터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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