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인현동 화재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2026-11-02 06:00:00 ㅣ 2026-11-02 06:00:00
지난 10월24일에는 『다시 쓰는 참사: 10.30인천인현동화재참사』 발간 북콘서트가 인천 제물포구에 있는 ‘개항도시 책마을’에서 열렸다. 27년 전인 1999년 10월30일, 축제를 마친 중·고등학생들이 모여서 뒤풀이 중이던 호프집에서 화재가 났고, 그 화재로 인해서 청소년 57명이 사망했고, 80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 사건을 재조명하는 백서가 발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얼마 전까지는 대체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사고’로 알려졌던 사건이었다. 이 이름에서는 ‘비행 청소년’들이 호프집과 같은 술집에서 모여서 술 마시다가 변을 당한 사고라는 프레임이 작동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호프집’을 강조하는 기사를 양산해냈다. 건물 자체가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였으며, ‘바지 사장’이 화재가 난 상황에서도 문을 걸어 잠그고 돈부터 받으려고 하다가 자신만 혼자 탈출했다는 이야기는 가려졌다. 평소 소방당국으로부터 화재 위험에 대해서 지적받았던 건물주는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무마해 왔다는 사실도, 그 시간에 중고등학생들이 그런 호프집에 모일 수밖에 없는 교육 환경에 대한 지적도 감추어졌다. 역시나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사건 5년 뒤 사건 현장에는 지상 4층, 지하 2층의 번듯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건립되었다. ‘아이들 이름을 새기면 학생들이 혐오감을 느낀다’는 인천시 교육위원회이 결정 탓에 희생자들 이름도 없는 위령비가 세워졌다. 다음 해에 유가족들이 돈을 모아서 위령비 옆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각명비를 별도로 세워야 했다. 여전히 들씌워진 ‘비행 청소년’이란 굴레는 참사 20주기 때인 2019년에 지역의 시민사회가 추모위원회를 구성해서 추모제를 지내고 지역의 화가들이 모여서 전시를 열면서부터 벗겨지기 시작했다. 2024년에 인천교육청에 기억의 공간이 만들어졌고, 유가족들은 비로소 모일 수 있는 공간이라도 얻을 수 있었다.
 
유가족들은 이지혜 학생이 당시 현장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문제를 풀기 위해서 27년을 싸워왔다. 올해 조례가 개정되어 27년 만에 이지혜 학생이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인천시 중구가 제물포구와 영종구로 분구가 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내년으로 밀릴 상황이었다. 그러자 이재원 회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추모식도 못한다’면서 농성에 들어갔다. 다행히 인천시 제물포구에서 올해 안에 보상심의원회를 열기로 하면서 농성은 정리되었다.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행사에서 희생자의 엄마가 보낸 화환이 참석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16재단은 재난 참사의 백서를 ‘다시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3년에는 <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2024년에는 <12.21 제천 화재 참사>에 대한 백서를 발간했고, 내년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4.16재단에서 백서를 다시 쓰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재난 참사가 발생했던 지방자치단체들에서 나온 백서가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사의 발생 원인은 은폐되거나 왜곡되어 있었고, 그러므로 재발 방지 대책도 맹탕이었다.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 4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다시는 국가의 부재와 방임으로 국민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과거의 참사부터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재난 참사를 기록하는 일에는 정직해야 한다. 이름도 제대로 지어야 한다. 거짓으로 참사를 덮으면 다시 그 비극은 반복된다.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과거에 덮어버렸던 참사를 정직하게 보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들은 한 명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27년을 싸워야 했다. 잘못된 기록은 고통을 가중시킨다. 다시 쓰는 백서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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