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I 데이터센터 건설, 찬성하십니까?
2026-10-27 06:00:00 ㅣ 2026-10-27 06:00:00
미국 전역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3월 갤럽 조사 결과, 응답자 중 71%가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원자력발전소 반대 비율(53%)을 넘어서는 수치로, 중간선거의 주요 승패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0년부터 건설 반대 여론이 빠르게 퍼졌다. 막대한 전력 수요, 전기요금 상승, 전력망 갈등, 물 부족, 소음공해 등 수많은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역 세수와 고용 효과 등도 기대한 만큼 크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이익은 빅테크가 가져가고 비용은 지역사회에 전가하고 있다는 불신도 커졌다.
 
건설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대운동을 추적·분석하는 데이터센터워치(Data Center Watch)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에만 최소 75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거나 지연됐다. 약 1300억달러(약 177조원) 규모로 2025년 한 해 동안 차단되거나 지연된 규모에 맞먹는다. 
 
한국의 여론은 어떨까. 최근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국리서치의 표현처럼 “흥미롭게도” ‘71%’는 미국인의 반대 비율과 일치한다. 같은 시설을 두고 두 나라의 여론이 정확히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은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가 모두 높았다. 우리 사회에 필요(83%)하며, 기업·산업의 지역 유치(80%)를 가장 기대했다. 인프라 개선(78%), 일자리 창출(78%), 지역경제 활성화(75%), 세수 증가(72%), 지역 이미지 개선(71%) 순이었다. 
 
하지만 여론조사와 현실은 사뭇 달라 보인다. 국내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구와 경기 고양시, 김포시 등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에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서초구의회가 ‘과천주암지구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전국 데이터센터 165곳 가운데 6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기업들은 사용자 수요와 전력망, 통신망 인프라 등이 갖춰진 수도권에 중소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동시다발로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반대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거지와 데이터센터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공사가 시작될 때까지 건설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더 큰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건축법 시행령상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사전예고 없이 건축허가 절차가 진행된다. 
 
해외 주요국들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을 제한하거나 재생에너지 전력 수급 조건을 엄격하게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신속한 구축과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특례와 특혜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이 내년 3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환경연합, 금천구 독산1동 주거지 데이터센터반대 주민대책위, 과천주암동데이터센터반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주거지역 데이터센터 난립 중단 및 입지 기준 마련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또 지난 6월 말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로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전국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2.5GW 정도인데, 매년 2GW씩 10년 동안 현재보다 7배를 넘어서는 18.4GW를 짓겠다는 것이다. 그만한 공급을 감당할 수요가 충분한지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앞서 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55%는 정부나 기업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충분한 정보와 논의가 진행된 후에 다시 시민들에게 질문하고 논의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추진·운영 방식과 관련한 세부 쟁점들에 대해, 시민들은 신속한 추진(40%)보다 충분한 논의(60%)를 우선하고 있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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