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술을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아요. 밥만 먹고 가는 사람도 많고요."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서 1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의 한숨 깊은 토로입니다. 식사 손님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테이블마다 주문하는 술의 양이 예전 같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젊은 손님들의 음주량이 크게 줄었다고 했습니다.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 (사진= 이혜지 기자)
최근 A씨 식당에서의 청첩장 모임도 그랬습니다. 7명이 식당을 찾아 소주 4병을 마시고 돌아갔습니다. A씨는 "예전 같으면 한 사람당 소주 한 병 정도는 마셨을 텐데 요즘은 많이 안 마신다"고 했습니다. 이어 "주류 매출이 전에 비해 30% 정도 감소한걸로 체감한다. 술이 들어가야 매출이 나오는데 밥만 먹고 가니 몸은 힘들고 매출은 적다"고 토로했습니다.
회식 풍경도 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직장 회식이 과거보다 줄었고, 식사를 마친 뒤 2차로 자리를 옮기는 손님도 예전만큼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술자리를 통해 직장 동료들과 관계를 다지던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술 덜 마셔요"…업종 따라 다른 체감
광화문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주류 판매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옛날에 반도 안 된다"며 "지금은 평상시의 20%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영업시간이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마음대로 줄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종각역 젊음의 거리. (사진= 이혜지 기자)
종로3가의 다른 고깃집에서는 젊은 손님들이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맥 대신 맥주만 찾는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점주 C씨는 "소주와 맥주를 함께 판매하지만 젊은 손님들은 맥주를 선호하는 편이다"이라며 "단체 회식 손님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류 소비 감소가 모든 식당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점주들은 손님 수뿐 아니라 테이블당 주류 주문량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식당을 찾더라도 식사만 하고 돌아가면 주류 매출을 끌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선 주종별 온도 차…하이볼은 성장
편의점에 다양한 주류가 진열돼있다. (사진= 이혜지 기자)
서울 종각의 한 편의점 점주 D씨는 "주변에 술집이 밀집해 있어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손님 자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술을 사기보다 인근 식당이나 주점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아 판매량이 줄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제로 제품 판매는 늘었다"고 체감했습니다.
편의점 주류 매출에서도 주종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CU의 맥주 매출 증가율은 2021년 36.9%에서 2025년 10.9%로, 소주는 29.5%에서 8.9%로 낮아졌습니다. GS25도 같은 기간 맥주 증가율이 45.2%에서 5.7%로 하락했습니다. 소주는 2023년 6.3%까지 둔화했다가 2025년 14.3%로 반등했습니다. 세븐일레븐 역시 맥주 매출 증가율이 2021년 25%에서 2025년 10%로, 소주는 같은 기간 15%에서 10%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하이볼 등 새로운 주종은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GS25 하이볼 매출은 2024년 376.7%, 2025년 75.7% 증가했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하이볼 매출이 2023년 전년 대비 270배 늘어난 뒤 2024년 4배, 2025년 20% 증가했습니다. 위스키와 와인 매출도 2025년 각각 30%, 40% 늘었습니다.
편의점별로 주종과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맥주와 소주의 매출 증가율이 과거보다 낮아진 가운데 하이볼·위스키·와인 등 다양한 주종으로 소비 수요가 넓어지는 모습입니다. 다만 매출 증가율은 실제 음주량뿐 아니라 구매 방식과 주종별 선호 변화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전체 음주량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음주 빈도와 양도 소폭 감소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음주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2023년 9일에서 2024년 8.8일로 줄었습니다. 음주일 평균 음주량도 같은 기간 6.7잔에서 6.6잔으로 감소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횟수와 한 번 마실 때의 양이 모두 줄어든 것입니다.
달라진 음주 문화에 맞춰 주류 판매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고깃집 점주는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만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잔술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예전처럼 병 단위로 판매할 게 아니라 잔 단위로 팔아야 한다"며 "맥주도 한 병을 따면 다 마시거나 버려야 하는데, 소량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류업계도 달라진 소비자에 맞춰 판매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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