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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통신요금이 인가제에서 '유보신고제'로 전환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허가를 내줘야만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었던 이통3사가 규제 완화로 좀 더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제도를 도입하면 이통3사가 유연하게 요금제를 결정할 수 있게 돼 서로 가격 경쟁을 벌여 통신요금을 낮출 수 있으리라고 봤다.
유보신고제의 첫발은 SK텔레콤이 뗐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9일 과기정통부에 기존보다 30% 저렴한 5G 중저가 요금제를 제출했다. 아직 정확한 요금제 종류나 형태 등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SK텔레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요금제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로 마케팅 비용을 줄여 고객이 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고 한다.
장기간 정부와 국회에 요금제 인하 압박을 받아온 이동통신사가 자발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았다는 사실에 여기저기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이를 환영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요금제는 사전단계에서부터 잡음이 많았다. 3만원대 후반으로 뚝 떨어진 5G 요금제가 알뜰폰 업계를 고사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에 과기정통부가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과기정통부는 즉시 "낮은 요금제는 당연히 환영"이라며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SK텔레콤이 해당 요금제를 정부에 신고한 후 일부 내용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약정 할인이나 결합 할인 등을 받을 수 없어 결국 조삼모사다"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잡음이 많았던 만큼 과기정통부는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승인한다면 어떤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지, 유보한다면 어떤 부분이 문제여서 거부했는지를 결과와 함께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해당 요금제 승인으로 말미암아 통신사가 기간통신사업자의 지위를 활용해 중소사업자의 시장 생존에 지나치게 악영향을 미친다면 결과적으로 정부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오판했다는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 또 반대로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만약 업계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깜깜이 심사'라는 오명과 함께 유보신고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도입 취지가 좋았던 만큼 유보신고제를 통한 이통3사의 경쟁 촉진과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누리려면 첫 사례가 의혹 없이 마무리돼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배한님 중기IT부 기자(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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