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친부' 구본능 회장, 특수절도 혐의…법적 쟁점은?
구본능, 특수절도 혐의로 16일 마포경찰서 출석…하범종도 고발돼
세 모녀 "구본능,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 직후 '개인금고' 뜯었다"
금고 열고 내용물 가져갔다면 '타인 재물 절취'로 특수절도죄 성립
LG 측 "민사소송서 해명된 부분…세 모녀 측 '하나의 주장'에 불과"
금고 관련한 '증거' 수집해두지 않았다면 특수절도 혐의 입증 난관
2025-03-04 06:00:00 2025-03-04 14:15:24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16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특수절도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받은 사실이 <뉴스토마토>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고발장이 접수돼 피고발인의 혐의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특수절도 및 위증 혐의로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사진=뉴시스)
 
두 사람을 고발한 사람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유족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유족 중 김영식 여사는 구본무 회장의 배우자이며, 연경·연수씨는 구 회장과 김 여사 사이에 태어난 자매입니다. 세 모녀는 지난 2023년 2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04년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습니다. 구광모 회장은 구 회장의 첫째 동생인 구본능 회장의 아들이었는데,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양자가 된 겁니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지주사 LG의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세 모녀 측은 2018년 구 회장이 별세하자 구본능 회장과 하 사장이 열쇠공을 동원해 LG 트윈타워 내 고인의 집무실과 곤지암 별장을 찾았으며, 두 곳에 있던 고인의 개인 금고를 강제로 뜯어 내용물을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에 관련된 두 사람을 고발한 겁니다.
 
일단 세 모녀는 고소가 아닌 고발을 택했습니다. 고발은 고소권자인 범죄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등 이외의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고발과 고소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고소의 대리는 가능하지만(형사소송법 제236조), 고발은 피해자 본인 등 고소권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어서 대리 방식의 고발을 허용할 실익이 없다고 봐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친고죄의 고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고 재고소는 금지되지만, 고발은 취소 시기에 제한이 없고 재고발도 허용됩니다. 고소를 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재정신청(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절차)을 할 수 있으나, 고발한 사람은 독직사건이나 특별법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정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구본능 회장과 하 사장은 특수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형법은 특수절도의 한 유형입니다. 2명 이상이 합동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합동절도가 성립하려면 공모 외에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고, 실행행위에 시간적이나 장소적 합동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 모녀 측의 주장처럼 구본능 회장과 하 사장이 함께 금고를 열고 내용물을 가져갔다면 2명이 함께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것이므로 특수절도죄가 성립하게 되는 겁니다.
 
하 사장이 받는 혐의 중엔 위증죄도 있습니다. 이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면 성립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증죄는 국가의 사법기능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요. 이때 선서는 법률에 근거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행해진 선서를 의미합니다. 허위의 진술은 증인이 자기의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하는 것이고,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도 곧바로 위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진술은 증인의 체험 사실에 대한 것에 한하고 가치판단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세 모녀 측의 주장과 같이 하 사장의 금고 손괴 관련 진술이 달라졌고 민사소송 증인신문 과정에서 선서한 후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2024년 12월19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5년도 신년사'를 발송했다. (사진=LG)
 
반면 LG 측은 세 모녀의 주장은 지난해 9월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이미 해명된 부분이고, 하 사장의 위증을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세 모녀의 주장은 여론전을 위한 것이며,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세 모녀 측의 주장이 아무런 근거 없는 허위의 사실이라면 무고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습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성립하는데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경찰은 형사처분에 대해 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해당합니다. 신고한 사실의 핵심 또는 중요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면 무고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신고자가 신고 내용이 허위라고 믿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진실한 사실이라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합니다.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됐더라도 그것이 독립적으로 형사처분 등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단지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한 내용일 뿐이라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세 모녀 측이 주장하는 구본능 회장과 하 사장의 특수절도 행위는 이미 일어난 지 6년이 넘은 일입니다. 오랜 기간이 지났으므로 당시 개인 금고에 관한 증거를 수집해두지 않았다면 특수절도 혐의를 입증하는 데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사기관으로서도 오랜 기간이 지난 사건인 데다 LG 측이 "이미 민사소송에서 해명됐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진실을 발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걸로 보입니다. 세 모녀 측의 고발이 허위라면 무고죄 성립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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