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게임+)버려진 영웅 '카잔'의 혈루, 혈투로 닦는다

억울한 죽음에 'if 가정법' 보탠 복수극영혼의 눈물 '라크리마' 삼키며 사투성인 애니메이션 혈흔 표현 강렬처절한 복수…'쉬움'도 어려운 편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륙의 동쪽에 멍울처럼 흘러내린 땅. 한국의 눈물은 마른 적이 없습니다. 외세에 둘러싸여 오갈 데 없이 흘려야 했던 민초의 분루, 나라를 지키고도 정쟁에 희생된 영웅들의 혈루가 삼천리강산에 스며 있습니다.

 

작지만 크게 우는 나라. 이 눈물 같은 나라에서, 한 남자의 울분을 풀어줄 장대한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나라를 구했지만 모든 걸 잃어야 했던 '몰락한 별' 카잔의 포효, 넥슨의 신작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28일 콘솔·PC로 전 세계 발매됩니다.

 

(이미지='카잔' 실행 화면 편집)

 

토사구팽을 뒤엎다

 

세찬 눈보라가 치는 설산 하인마흐. 대역죄인 카잔을 실은 마차가 유배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형벌로 양팔의 힘줄이 끊긴 죄인은 무력하게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눈사태로 마차가 추락했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카잔은 양팔에 도부(검과 도끼)를 쥔 채 복수의 여정에 오릅니다. 힘줄이 끊긴 죄인은 어떻게 살아남아 무기를 쥐었으며, 누구에게 복수를 하려는 걸까요.

 

'대역죄인' 카잔이 두 팔의 힘줄이 끊긴 채 호송마차에 실려 유배지로 가고 있다. (이미지='카잔' 실행 화면)

 

펠 로스 제국력 89년, 대장군 카잔과 마법사 오즈마는 광룡 히스마를 물리쳐 나라를 구했습니다. 이후 카잔은 국경 분쟁 소식을 듣고 출정했다가, 전쟁의 명분이 없어 회군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카잔의 출정과 회군은 '구국의 영웅'에게 질투와 위협을 느낀 팔메리어 황제의 함정이었습니다. 황제는 카잔을 고문하고 추방했지만, 그의 친구 오즈마는 두 눈을 뽑아 처형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카잔은 광룡 히스마를 물리쳐 나라를 구했지만, 황제의 음모로 대역죄인이 된다. (이미지='카잔' 실행 화면)

 

충성의 대가로 모든 걸 잃은 카잔이 설산에 들어설 때, 한 무리의 귀신이 그의 강인한 육체를 발견했습니다. 망자의 세상인 명계의 균형을 되찾으러 현세로 온 투귀들의 군체, '블레이드 팬텀'은 카잔의 몸을 통해 사명을 이루려 눈사태를 일으킨 겁니다.

 

하지만 카잔은 숙주로 삼기엔 너무나 강했습니다. 카잔은 팬텀을 제압한 뒤, 서로의 목적을 돕는 계약을 맺고 복수의 관문을 하나씩 부숩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고 죽음을 앞둔 카잔의 모습에서, 조선의 남이 장군 등 역사 속 인물을 떠올린 분이 많을 텐데요. 광룡을 잡고도 '몰락한 별'이 된 카잔의 처지는, 한국 신화에서 태양을 삼킨 용을 무찌르고 '별이 된 삼 형제' 이야기와 대조돼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합니다.

 

충신이자 명장인 카잔의 복수는 토사구팽으로 얼룩진 역사에 '만약(if)'을 보태고픈 정서를 반영합니다. 제작진은 카잔이 유배지에서 죽어 귀신이 된 원작 '던전앤파이터' 이야기를 잔혹한 복수극으로 뒤집었습니다.

 

카잔이 명계의 기운이 서린 귀검과 연결됐다. 여기서 그간 모은 라크리마로 능력을 올릴 수 있다. (이미지='카잔' 실행 화면)

 

라크리마에 사무친 원한

 

이 복수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장치는 카잔의 원한을 상징하는 혈루, '라크리마(Lacrima)'입니다. 라크리마는 라틴어로 눈물을 뜻하는데요. 카잔의 세계에선 망자가 생전의 강렬한 기억을 남긴 영적 물질입니다. 그래서 카잔은 숨진 백성이나 적의 라크리마로 목적지나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망자의 한이 서린 라크리마는 카잔의 힘을 기르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일정량을 모으면 힘과 방어력 등 각종 능력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온 세상의 피눈물을 담아도 넘치지 않는다는 점이, 장군의 가슴에 사무친 원한의 깊이를 짐작하게 합니다.

 

카잔이 피바다가 된 전장에서 울부짖고 있다. 그의 눈이 혈루처럼 빛나고 있다. (이미지='카잔' 실행 화면)

 

복수의 처절함은 게임의 난이도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카잔의 난이도는 '일반'과 '쉬움'으로 나뉘지만, 쉬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보스 하나를 쓰러뜨리기까지 수십 번을 재도전해야 할 정도입니다.

 

대신 제작진은 난이도에 관계 없이, 직전 싸움에서 보스에게 입힌 피해에 비례해 라크리마를 보태줍니다. 도전을 거듭하며 요령을 체득하고, 이 과정에서 불린 라크리마로 능력치를 올리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카잔은 눈물을 삼켰다 쏟아내기를 반복하며, 자신을 기다리는 진실에 가까워집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극한의 슬픔에 빠진 누군가가, 모든 걸 체념한 듯 허탈하게 웃고 있다. 카잔의 서사에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이다. (이미지='카잔' 실행 화면)

 

함께 흘린 눈물만큼 결말에 '성큼'

 

이 모든 과정은 3D 셀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으로 표현됩니다. 원작 던전앤파이터가 도트 그래픽인 점과, 실사 풍이 주류인 대작 액션 게임에 흔치 않은 방식인 점에 착안했습니다.

 

보스전에서 패한 카잔은 보스의 방 앞에서 붉은 라크리마를 삼키고 재도전한다. (이미지=카잔 실행 화면)

 

이규철 AD(미술 감독)는 카잔이 '성인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표방한다고 말했는데요. 사물의 질감을 살린 화풍으로 표현된 카잔의 검술은 마치 화려한 살풀이를 보는 듯합니다. 강렬하게 그려진 혈흔은 카잔의 사투에 비장함을 더합니다. 여기에 플레이스테이션(PS)5 듀얼센스의 세밀한 진동이 만나, 기존 게임과 전혀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카잔의 결말은 세 가지입니다. 특정 임무 수행 여부, 카잔의 친구인 마법사 오즈마가 남긴 기록을 얼마나 찾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결말에 이르는 길은 카잔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당신의 투지에 달렸습니다.

  

이범종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