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관세 폭풍에 미 기업과 ‘밀월’ 확대
전기 밴 GM로고로 북미 수출 가능성
구글 웨이모와 자율주행 협력 늘려가
AI 반도체사 엔비디아와 협업도 눈길
2025-03-24 16:42:22 2025-03-25 10:30:23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부과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밀월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제너럴 모터스(GM), 웨이모, 엔비디아 등 미 기업과 전기차 생산부터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시너지 모색을 통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트럼프의 자국우선 주의 기조에 발맞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24일, 현대차가 GM의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활용해 전기 상용차 2종을 생산하기로 했다고 외신이 보도했습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각) 현대차와 GM이 북미 시장에서 차량을 공유해 각각 브랜드로 판매하는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전기 상용차 모델인 'ST1' 등을 반조립 형태로 GM에 수출해 GM이 미국 현지에서 조립·판매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2028년부터는 수출이 아닌 아예 북미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외신은 덧붙였습니다. 현대차 측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GM과 현대차의 남다른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대차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그동안 미국 내 급변하는 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해왔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당선 기부금을 내며 눈도장을 찍었고, 최근에는 관세 25% 부과 등 각종 규제 변화에 맞춰 해법을 찾기 위해 미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에게 북미 시장은 전체 판매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올해 안에 누적 판매 3000만대를 달성할 전망입니다.
 
앞서 언급한 GM은 현대차와 특수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기업입니다. 현대차는 GM과 지난해 9월 비구속성 양해 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비구속성 양해각서는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하거나, 지키지 않았을 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대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의 큰 틀을 마련하는 협약을 뜻합니다. 부담이 덜한 만큼, 포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현대차와 GM은 지금까지 차량 개발과 생산, 공급망 관리, 친환경 에너지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GM만이 아닙니다. 구글 웨이모와는 자율주행차 위탁생산에 있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웨이모는 레벨 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현대차는 전기차 제조와 하드웨어 개발, 대량 생산 역량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대차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웨이모와의 밀월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AI 반도체 설계·제조사인 엔비디아와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의 콜라보는 자율주행 기술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려는 현대차의 전략과, 현대차의 기술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AI 제품을 구현하려는 엔비디아의 필요가 맞물린 데 따른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에 단호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눈뜨고 지켜볼 수만 없는 상황"이라며 "선제적 대응을 위한 재계의 노력 가운데 현대차의 움직임이 가장 기민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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