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 설치된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탄복을 입고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김유정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대표의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정국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특히 2심에서도 1심과 같이 '피선거권 박탈형'(징역 1년·집행유예 2년)에 해당하는 유죄가 선고될 경우 이 대표는 치명상이 불가피합니다. 이 대표를 향한 여권의 정치 공세가 거세지는 것은 물론,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후보 자격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죄가 나온다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됩니다.
유죄시 '비명계 비판' 목소리…사법 리스크 '꼬리표'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를 내립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경기도 성남시 한국식품연구원의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 협박이 있었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에서도 이 형량이 유지된다면 조기 대선 일정이 확정돼도 이 대표에게 상당한 험로가 예상됩니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입니다.
2심에서 또다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는다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하면서 그의 대권 가도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탄핵 선고 지연으로 대선이 그만큼 늦어지면 이 대표로선 '대선 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부담감을 계속 안고 선거를 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윤석열씨 탄핵소추안이 인용된다면 비명계가 이 대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대표의 후보 자격과 본선 경쟁력을 문제 삼으며 당내 '이재명 대안론', '플랜 B'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부적절하다는 게 일부 비명계 인사들의 주장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세도 강화될 전망입니다. 우선 '대선 전에 이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대선 국면에선 '재판받는 대통령 후보'라는 여권의 포화가 집중될 겁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조기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임기 내내 재판 중지 또는 진행 여부와 관련한 '헌법 제84조' 해석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 내 다수의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2심 선고 결과가 대세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2심에서 유죄가 유지되더라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이 대표가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친명계 한 핵심 인사는 "현재 이재명 말고 (당내에) 대안이 없다"며 "(이 대표로서도)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친명계 의원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이 대표의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유죄가 나오더라도 이 대표가 대선 출마를 강행하고 당내 경선을 통과할 가능성이 유력해 보입니다. 당내 비명계 의원조차 "현재로선 이 대표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대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이재명'에만 매몰된 여권…무죄 땐 '속수무책'
반면 이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또는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 유죄가 선고돼도 일단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민주당 내 다수 의원들은 "무죄를 받거나 낮을 형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2심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이 대표는 대선일까지 사법 리스크의 짐을 덜 수 있습니다. 검찰의 무리한 정치 탄압 수사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여권을 향한 민주당의 대반격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부동의 지지율 1위인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특히 대권 승리의 관건인 중도층 확장에 결정적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인사들을 통합해 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권으로선 이 대표에게 무죄 선고가 나오게 된다면 큰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윤석열씨와 조기에 절연하지 못한 채 '반이재명' 전략에만 매몰된 국민의힘으로선 야권으로 쏠리는 중도층의 마음을 되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2심에서도 유죄를 받을 경우 중도층 민심 이반으로 대권 가도가 다소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 때와 다르게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보인다면 이 대표에게 상당한 위기가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중도층에 맞는 정치와 행보를 한다면 국민의힘의 다음 대선 후보들에 대한 선택도 강성 인물보다는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중도층에 소구될 수 있는 후보에 대한 전략적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대선판은 상당히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