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윤석열은 여전히 자유롭다
2025-04-05 06:00:00 2025-04-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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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요란했고 불안했으나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윤석열은 파면됐다. 작년 12월3일 밤 11시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지 무려 122일 만이다. 12월14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청구한 날로부터 111일이 지난 날이기도 하다. 드디어 끌어내렸다. 다행이지만, 지친다. 
 
무려 넉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계엄을 선포한 그날 오후 코스피는 일부러 기록이라도 남기듯 2500으로 마감했다. 다음날부터 며칠이 안 돼 2360으로 내리꽂혔다. 
 
2360으로 최저가를 찍은 그날은, 직전 주말 국회에 상정된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된 후 맞은 첫 월요일이기도 했다. 이후 일주일 사이 여당 의원 일부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소식에 반등을 시작했고 새해엔 강하게 올랐다. 
 
하지만 중간중간 길 위의 극우세력이 준동할 때마다, 혼돈의 ‘선지자’들이 등장해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시장은 불안에 요동쳤다. 거듭되는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 응답률이 조금씩 오를수록, 눈치 보던 일부 언론과 유튜브 장사꾼들의 반격이 거셀수록 시장의 변동성은 커졌고 세상은 한국을 더 불안하게 바라봤다. 치솟은 환율은 내려올 줄 몰랐다.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지진 않는다”라고 큰소리쳤던 과거의 나를 많이도 자책했다. “널 잘 되게 하는 건 어렵지만 망가뜨리는 건 쉽다”는 막장드라마 속 클리셰처럼, 오랜 시간을 쌓아 올린 대한민국 경제와 국격을 망치는 데는 몇 달이면 충분했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주가다. 대통령 취임 초기 코스피 2100대를 구경시켜 주더니 자리에서 내려오는 지금도 취임 당시보다 낮다.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대외신인도 상승에 기여하기는커녕 끌어내렸다. 어쩌면 그는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정부와 함께, 경제를 망친 역대 최악의 대통령 후보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더욱 걱정인 것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윤석열은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아직 구속되지 않았다. 그가 멀쩡하게 버티고 있는 이상 극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래서 이 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주식시장은 둘째치고 경제는, 물가는 언제쯤 진정될 수 있을까? 
 
간밤 미국과 유럽 증시도 대통령 한 명 때문에 폭격을 맞았다. 전 세계가 어디로 갈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윤석열이 여전히 자유인이라는 사실은 한국의 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방해 요인일 수밖에 없다.
 
한시라도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갈등을 부추겨 자신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이만큼 망가졌다면 최소한의 양심은 보여줘야 한다. 이제는 내란·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서 적극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또 대선을 앞두고 주위에 몰려들 인사들과도 거리를 두는 것이 마땅하다. 자칫 이를 인기로 착각해 나라의 혼란을 키우는 데 동조한다면 당장 잡아 가두고 죄를 물어야 한다. 
 
윤석열을 몰아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갈 길이 멀다. 정국은 대선을 향해 속도감 있게 달려가겠지만,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과도기의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길바닥 전사들로 뉴스가 도배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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