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1일 윤석열씨 부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나와 서초동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로 이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씨의 이삿짐인 '캣타워'(나무나 플라스틱 등의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고양이용 놀이터)가 포착됐는데, 수백만원짜리로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그런데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해당 캣타워는 인터넷에서 10만원이면 구할 수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대통령실이 캣타워 구입 단가를 50배가량 부풀려 착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윤석열씨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집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지난 11일 서초구 사저 아크로비스타에서 관계자가 캣타워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가 복수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윤씨의 캣타워는 G사 제품입니다. G사 관계자는 "사진에 보이는 건 저희 제품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사진에서의 구성으로는 절대 500만원이 못 나온다"며 "캣타워를 500만원치 사려면 (10만원대 캣타워로) 1톤 트럭이 꽉 차게 사야 그 액수가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제품을 온라인으로 검색해보면 10여만원대의 제품이 검색됩니다. G사 관계자는 "캣타워 금액은 천차만별"이라며 "보통 고양이를 한두 마리 키우시는 분들이 구매하는 캣타워 구성은 기둥 2~3세트를 연결해서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씨 부부는 고양이 5마리와 개 6마리를 키우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윤씨가 키우는 고양이 숫자를 감안해 G사 홈페이지 구매창에서 캣타워 구성을 추가하더라도 500만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윤씨의 이삿짐 사진을 본 다른 캣타워 판매업자도 "캣타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략 10여만원 대의 물건으로 보인다"며 "캣타워를 500만원 어치 사려면 적게 잡아도 집에 캣타워가 20~30개는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14일 <한겨레>는 2022년 5월 관저 공사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인테리어업체) 21그램이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계약서 물품 명세에 500만원 상당의 캣타워가 포함돼 있었다. 카메라에 잡힌 캣타워는 그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1그램은 윤씨의 부인 김건희씨와 김씨의 회사 코바나컨텐츠 후원했던 업체입니다. 증축공사 면허도 없는데 수의계약으로 대통령 관저 공사를 따내 논란이 생긴 곳입니다. 21그램이 정부에 제출한 계약 관련 서류에 단가가 500만원으로 기재된 캣타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씨의 캣타워와 동일한 모델을 인터넷에선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1그램은 김씨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사무실 설계와 시공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감사원이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감사 결과에서 누가 21그램을 관저 공사 업체로 선정했는지 특정하지는 못했습니다. 때문에 캣타워 등 윤씨 부부의 사적 시설물이 관저 공사 계약 초기에 포함된 것은 21그램이 공사 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김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란 주장도 나옵니다.
특히 문제는 윤씨가 관저를 이전할 당시 대통령실 자체 예산으로 비용이 감당이 안 돼 행안부 예비비(13억여원)과 전용 예산(20억여원)으로 부족분의 상당 부분을 충당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10여만원짜리 캣타워가 500만원짜리로 둔갑해 세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행안부 예비비를 활용해 캣타워를 50배가량 뻥튀기해 구입한 돈은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개연성이 큽니다.
정부 예산으로 구입·설치된 캣타워를 윤씨가 서초동 자택으로 돌아가면서 무단으로 뜯어 갔다면 횡령 범죄에 해당합니다. 일반 공무원 관사의 경우 기획재정부 훈령에 따라 전등 같은 소모성 비품 교체 비용도 예산을 쓰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부담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는 퇴임 직전 재산공개를 통해 임기 5년 관저 생활비 일체와 식비, 옷값 등을 개인 비용(13억4500만원)으로 부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관저에서 키웠던 개 사료비도 사적 부담이었다는 걸 공개했을 정도입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캣타워를 국가 예산으로 구입했다가 사저로 들고 나오면 횡령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구입 단가가 부풀려졌다면) 누가 착복을 한 것인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국고손실 등에 해당할 수 있어 예산이 잘못 사용된 부분, 착복된 부분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수사가 필요하다"며 "여러 군데 확인해 봤는데 500만원짜리 캣타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욕조도 확인해 보니 수백만원 정도에 해당하고, 그렇다면 견적서 자체를 부풀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한편, 윤씨 관저 퇴거 과정에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특활비는 수사 기밀 유지 등을 이유로 구체적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입니다. 대통령실의 특활비를 어디에 썼는지 사실상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특활비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윤씨는 대통령 재임 당시 기록물을 비공개하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윤씨의 헌법재판소 최후 변론을 하루 앞둔 지난 2월24일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물 공개재분류 연구용역' 사업을 공고했습니다.
비공개 대상 세부기준을 분석하고 재정비한다는 취지인데, 해당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세부기준의 대상, 기준, 범위, 사례 등을 상세히 수정하고 보완하라는 지시가 적혀있었습니다. 또 비공개 대상 정보 가운데 공개로 재분류된 사례를 검토하고 분석하라 지시도 쓰여 있습니다.
대통령기록관의 연구용역 공고에는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적용례 46가지가 있었는데, '개인의 정치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도 비공개 대상으로 돼 있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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