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두고 증권사들의 고객 모시기 각축전이 한창입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타사에서 개설한 계좌를 자사로 이전하는 고객들에게 현금 등 사은품을 내걸고 이벤트 중입니다. 이전 금액에 따라 제법 쏠쏠한 사은품을 챙길 수 있는데요. 다만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실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100만원 옮겨도 1만원 상품권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사를 중심으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IRP) 등 연금자산 계좌를 이전하는 고객에게 현금 등을 보상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인 증권사가 다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이달 1일부터 9월 말일까지 자사의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 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입금’이지만, 타사의 연금을 이전한 금액과 퇴직금 입금액,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만기 전환한 금액에 한정한 행사입니다. 즉 다른 금융사의 연금자산을 타깃으로 한 겁니다.
(출처=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구체적으로 IRP의 경우 타사 연금 이전액, 퇴직금 입금액, ISA 만기전환액을 더해 순입금액이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일 경우 신세계 모바일상품권 1만원권, 3000만원 이상인 경우 3만원권을 지급합니다. 계좌 이전시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고 이벤트 신청이 필수입니다.
연금저축도 타사 연금 이전액과 ISA 만기자금 전환액을 더한 순입금액에 따라 1000만원 이상~2000만원 미만이면 1만원권부터 최고 5억원 이상 이전시 100만원까지 지급하는 이벤트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은행 또는 보험사에서 연금저축, IRP를 이전할 경우 순증금액을 1.5배로 적용합니다. 같은 증권업계보다 은행과 보험사에 있는 연금을 더 욕심을 낸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미래에셋의 보상률은 금액 구간별로 대략 0.16~0.3% 수준입니다.
삼성증권도 7월 한 달간 연금저축 이벤트 중입니다. 연금저축 신규 입금액, 타사 연금 이전액, 만기ISA 연금전환액을 더한 순입금액이 1000만원 이상~2000만원 미만일 경우 신세계 모바일상품권 1만원권부터 5억원 이상 100만원권까지 줍니다. 보상률은 미래에셋증권과 비슷한데 보험사에서 옮긴 연금저축은 이전액을 2배로 인정해 이 경우엔 삼성증권이 유리합니다.
삼성증권의 IRP 순입금 이벤트는 9월30일까지입니다. 신규 입금, 퇴직금 입금, 타사 연금 이전, 만기ISA 연금전환액을 합산한 순입금액이 1만~1000만원이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0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이면 신세계 모바일상품권 1만원, 3000만원 이상은 3만원권을 지급합니다.
KB증권도 8월까지 연금저축과 IRP 각각 입금액과 이전액을 더한 순증액 기준으로 신세계 상품권을 지급합니다. 1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 1만원권, 최대 5억원 이상은 100만원권입니다. 또 계좌를 옮긴 후 펀드를 순매수하면 100만원 이상 1만원, 2000만원 이상 5만원을 추가 지급하므로 보상을 조금 더 키울 수도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타사 IRP를 이전 신청만 해도 전원에게 신세계 상품권 5000원권을 줍니다. 또 계좌 현물이전 금액에 따라 1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은 1만원권, 500만원 이상은 2만원권을 지급합니다. 이벤트는 9월말까지입니다. 종합해 보면 이전금액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미래에셋보다 삼성증권이 낫고 소액은 한국투자증권이 유리합니다.
이밖에도 NH투자증권 등이 조금 다른 방식의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요. 남의 연금자산을 노리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전 위한 중도해지, 손실 발생
이렇게 은행, 보험사, 증권사에 갖고 있는 연금계좌를 옮기기만 해도 백화점 상품권을 준다는데 굳이 망설일 이유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A증권사에 개설해 운용하던 계좌를 B증권사로 옮기는 경우, 지금처럼 계속해서 투자상품 위주로 연금을 운용할 테니 저항감도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계좌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적지 않아 연금계좌를 옮기는 데 따르는 실익은 크지 않습니다.
현재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그중에서도 주로 IRP와 연금저축계좌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중 연금저축계좌는 실물이전이 불가능합니다. 즉 연금저축계좌에 담아둔 금융상품이 상장지수펀드(ETF)이든 투자상품이든 전부 매도해서 현금화한 뒤에만 계좌 이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현재 투자 중인 종목과 상품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일단 팔았다가 새로 옮긴 증권사 계좌에서 다시 매수해야 합니다.
다행히 IRP계좌의 경우엔 보유 계좌 그대로 실물이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각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퇴직연금 이전 신청 메뉴가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문제는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섞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적배당형 상품 중에서는 펀드, ETF, 공모채권은 보유종목 그대로 실물이전이 가능하지만, 지분증권, 파생결합증권(ELB), 상장리츠, MMF,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는 불가능합니다.
연금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맥쿼리인프라 같은 종목도 상장리츠로 분류돼 그대로 옮길 수 없고 일단 매도해서 현금화해야 합니다. 일반 액티브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옮겨갈 증권사에서 연금 가입자가 보유 중인 펀드를 취급하고 있으면 상관없는데, 그곳에선 이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다면 그 펀드도 환매해서 현금화한 후에나 옮길 수 있습니다.
IRP계좌에선 은행권 예금도 담을 수 있는데요. IRP로 예금에 가입해 유지 중이었는데 이전할 증권사에 해당 예금상품이 없다면 이것도 어쩔 수 없이 중도해지해서 현금화하고 옮길 수 있습니다.
이전 불가한 상품을 보유한 채로 이전을 신청할 경우 증권사들이 실무를 처리 과정에서 가입자에게 해당 상품을 이전할 수 없다고 통보합니다. 결국 매도하거나 이전을 취소하거나 양자택일해야 합니다.
만약 이전이 불가능한 상품이 많았고 옮기기 위해 매도하거나 중도해지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도 생각해야 합니다, 예금은 만기 전 중도해지 시 낮은 이율이 적용됩니다. 액티브펀드의 거래 비용은 더 많습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1~2%씩 선취수수료를 떼는 상품이 많은데요. 펀드 매입액이 1000만원이면 10만원이 수수료로 이미 빠져 있는 겁니다. 인터넷 전용펀드로 가입해도 0.4~0.5% 수준입니다. 이미 비용을 치른 펀드를 중도에 환매하고 증권사를 옮겨 다시 가입한다면 수수료를 중복해서 내는 셈입니다. 파생결합상품을 중도해지하면 이보다 손해가 더 큽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이전 비용까지 감안하면 계좌를 옮기는 대가로 받는 보상이 결코 큰 돈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보상보다 이전 비용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운용 중인 연금계좌 금융사가 만족스럽지 않아 이전하려는 계획이 있었다면 이같은 이벤트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보상에 혹해 멀쩡한 연금을 옮기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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