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배당소득세제, 복지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
2025-05-13 06:00:00 2025-05-13 06:00:00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한 원인으로 배당소득세 제도를 지적하는 자본시장 전문가가 많다. 주식 배당 소득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15.4%의 세율이 적용되나, 이자 소득과 합산하여 연간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과세 대상이 되며, 이 경우 최고 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무려 49.5%에 달한다. 이러한 높은 세율로 인해 국내 기업의 대주주들은 배당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기보다는 사내 유보를 늘리거나 본업과 어긋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장 기업들의 평균 배당 성향은 26% 수준으로, 미국(42%), 일본(36%)은 물론 중국(31%), 인도(39%) 등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낮은 배당 성향은 투자자들이 꾸준한 배당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단기 시세 차익에 치중하는 투자를 유도하여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주장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면서, 보수 진영을 넘어 진보 진영에서조차 배당 소득 세제 개편에 대한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필자 역시 전반적으로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는 바이다. 배당 소득에 대한 분리 과세 또는 세율 인하와 같은 제도 개선은 기업들로 하여금 배당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장기적인 배당 수익을 통한 자산 증식 기회를 제공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자본 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에도 배당 소득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세제 개선은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늘 필자는 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라는 차원을 넘어, 배당 소득세 제도의 개편이 복지 영역에서도 향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사회는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으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퇴 후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개인의 노후 준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부동산 자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충분한 금융 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다.
 
퇴직 이후의 삶에서 꾸준하고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금 소득 외에 금융 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 소득은 이러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현재의 높은 배당 소득세 부담, 특히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가능성은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노령층이 배당주 투자를 통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이 완화된다면, 노령층은 세 부담을 줄이면서 배당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 투자를 지속할 유인이 커진다. 이는 주택 자산 가치에만 의존하는 위험한 노후 준비에서 벗어나, 금융 자산을 통한 분산 투자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배당 소득세 완화가 '부자 감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과거 배당소득증대세제의 경우 기대만큼 배당 확대 효과가 크지 않았고, 세수 감소와 대주주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배당 성향이 일정 수준(예: 35% 이상)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만 혜택을 제공하거나, 배당 증가분에 대해서만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혹은 소득 구간별로 차등적인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세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으로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고, 그 혜택이 소액 투자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배당 소득세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은 단순히 자본 시장을 활성화하는 경제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 특히 고령층이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하고 빈곤에 빠지는 것을 막는 중요한 사회 복지 정책의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기업의 주주 환원을 촉진하고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배당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노후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주택 자산에 편중된 위험한 자산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자본 시장의 발전과 국민 복지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배당 소득세 제도의 심도 있는 논의와 과감한 정책 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태준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