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임기가 한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원장 퇴임 이후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원장 재임 기간 있었던 금융사 조사와 제재, 발표 과정, 내부 인사 등의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경우 대대적인 인사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원장의 인사 색깔이 강하게 묻어 있는 부서장들은 이 원장의 '순장조'(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참모 그룹)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원장 교체 후 '피바람' 우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의 임기는 오는 6월5일 끝납니다. 차기 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이 원장이 직을 유지하기보다는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금감원장 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6월3일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고 대행 체제가 마무리된 이후에나 본격적인 조직 쇄신이 예상됩니다. 통상 부원장보 이상 임원은 새 금감원장이 오면 관행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 절차를 밟습니다. 부서장 이하 직원들의 경우 이 같은 재신임 절차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새 원장이 선임된 이후 올 연말 인사에서는 이 원장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 있는 부서장들이 대대적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원장은 지난 12월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임기 만료가 반년밖에 남지 않았고 일주일 전 비상계엄 조치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단행된 인사였습니다.
시기도 시기였지만 내용도 파격적이었습니다. 부서장 1명을 제외하고 전부 교체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인사 조치였습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지난해 말 교체된 부서장들을 두고 '순장조'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사와 감독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한 만큼, 과거 조사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부서장 상당수가 최대 2년 빠르게 국장으로 승진한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6월5일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금감원 내부에서는 원장 교체 이후의 '피바람'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이 원장이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상위 부처 보복 걱정도
금감원 국장급 인사들 사이에서 승진보다 이직이 낫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1급 직원은 퇴직 후 3년까지 퇴직 전 5년 동안의 전체 기관 업무를 대상으로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반면 2급 이하 직원은 퇴직 후 3년까지 퇴직 전 5년 동안의 담당 부서 업무만을 대상으로 심사해 상대적으로 이직이 수월합니다.
금감원 직급 체계는 1~6급으로 나뉩니다. 조사역(5급)과 선임조사역(4급)을 거쳐 수석조사역(3급), 팀장(2·3급)으로 올라가고 국·실장은 1·2급이 맡는 식입니다. 인사혁신처의 '4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 국장급(직원2급) 3명과 팀장·수석급(직원3급) 1명, 선임급(직원4급) 1명 등이 취업가능 통보를 받고 민간 금융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권 교체기 내부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새 정부 출범 이후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금감원 조직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 원장은 금융위를 거치지 않고 중요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금융위 패싱' 논란이 이어진 바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장의 월권 논란에 대해 "기관장과 기관장과의 관계에 있어서 저도 할 말은 많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당국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이 원장의 퇴임 이후를 벼르고 있다는 소리는 공공연히 들려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금융위 해체를 핵심으로 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금융당국 조직 개편과 함께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이 당국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입니다.
금융위 관료들이 금융권 재취업 자리를 독차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맡아오던 금융 유관 기관 수장 자리에도 금융위 출신 인사들이 공공연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직 개편을 비롯해 상위부처의 군기 잡기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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