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전국 최초로 주거지 정비 기본계획을 세워 사회간접자본(SOC)을 강북구 내 골고루 배치하겠습니다. 서울에서 제일 낙후되고 가난한 강북구가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고, 머물고 싶고, 이사 오고 싶은 강북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충북 진천군 출신인 이순희 강북구청장(64)은 1991년부터 30년 넘게 강북구에 살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이 구청장은 주민들의 거주를 방해하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대안을 도출하게 됐습니다. 강북구가 지난 2023년부터 전국 최초로 운영하고 있는 '빌라관리사무소'는 빌라 주민들의 다툼을 중재할 관리사무소가 없다는 이 구청장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구청장은 지난달 30일 구청 집무실에서 이뤄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30년 동안 살 수 있다고 한다면 강북구에 살면서 뼈를 묻을 것"이라면서 "조만간 강북이 확 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이 4월30일 강북구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이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강북구 대표 정책인 빌라관리사무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강북구는 북한산 고도지구 때문에 아파트 짓기 힘듭니다. 그래서 지역에 있는 주택 46%가 빌라입니다. 그런데 빌라는 관리 주체가 없다 보니까 쓰레기 (처리)·주차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많이 다투더라고요. 제가 강북구에 30년 넘게 살다 보니까 빌라에 사시는 주민들끼리 다투는 걸 많이 보죠. 그래서 빌라관리사무소를 공약으로 내게 됐습니다. 구청장이 되고 나서는 2023년 3월에 빌라관리사무소 시범사업을 번1동에서 바로 시작했습니다. 관리비 무료인 빌라관리사무소를 지난해는 3곳 더 설치했고, 올해는 4곳 추가합니다. 주민들은 저한테 "빌라관리사무소 덕분에 쓰레기 문제로 싸울 일이 없어서 이사 갈 일도 없다"고 많이 말했어요.
빌라 등 소규모 공동주택 정책의 주안점은 무엇입니까.
강북구는 고도 제한 때문에 유휴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까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거의 없어요. 그나마 있는 어르신 건강 시설이나 놀이터, 키즈카페는 한쪽으로 몰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주거지 정비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비를 하다 보면 이러한 (치우침이) 좀 해결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아이·청년 관련 시설이 지역 곳곳에 다양하게 들어가겠죠.
강북구에 20대가 정착하도록 하고, 3040세대의 유출을 방지하는 방안이 있으십니까.
강북청년창업마루에는 청년 창업 지원하는 프로그램, 청년 커뮤니티 프로그램, 6개월짜리 일자리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1개월 50만원씩 지원도 해줍니다. 또 9월엔 수유역 바로 근처에 청년안심주택이 생깁니다. 좀 싼 가격에 청년들이 들어가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30~40대는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면 학군이 좋은 노원구로 많이 이사를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원구 못지않은 학군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현재 강북구에 하나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를 내년에 하나 더 열 예정입니다. 서울형 키즈카페 3호점을 준비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의 교육 프로그램, 학생들 진로상담을 구에서 지원합니다. 교육 지원 사업이 다룬 구에 비해 강북구가 제일 많을 거에요.
어린이 전문병원 유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2018년부터 서울시가 추진하기로 했던 걸로 알고 있지만 현재는 지지부진합니다. 원안대로 추진해 달라고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어요. 오세훈 시장한테도 시끄러운 소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강북구 모아주택 1호가 바로 그 (부지) 앞이에요. 모아주택 2호와 3호도 다 거기 들어가는데, 거기서 조금 내려가면 바로 성북구 2만4000세대가 들어오는 재개발 단지예요. 그러면 수요도 엄청나게 많죠. 그 지역에 (어린이 전문병을 선정하지 않으면 수요를) 다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서울시 최초 임신부 전용 안전벨트 무료 지원 등 임산부 정책이나 저출산 해결 정책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16주 이상 된 임신부에게 전용 안전벤트를 무료 대여하고 있습니다. 강북구는 숲에서 임산부들 대상 프로그램도 많이 하고 있어요. 보건소에서 직접 찾아가서 아이와 산모를 같이 건강 관리 체크도 해주고 있어요. 제 며느리한테 강북구에 와서 애 낳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 착공해서 2028년 준공하는 신청사엔 직원 아이들 돌보는 어린이집을 만들 겁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할 예정입니다.
저출생 고령화라고 하는데, 노인이 많은 강북구에 필요한 정책은 무엇입니까.
서울 25개구 중에 저희가 전체 인구 대비 노령 인구 25.1%로 가장 비율이 높아요. 저는 어르신 일자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또 치매 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세미톡이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앱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 여가복지시설인 '백세 건강 플러스'는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그리고 어르신 놀이터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건, 비는 어린이 놀이터마다 반절씩 나눠 어르신 놀이터를 만드는 거에요.
공원 녹지를 지역 발전이나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는 방안이 있으십니까.
'웰니스 관광' (정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용역이 끝났고요. 올 하반기에 숲 치유 같은 프로그램으로 시작할 거예요. (역사) 스토리가 있는 시설들이 많다는 점도 웰니스 관광에 좋은 요건입니다. 또 북한산 밑에 은퇴자들이 전원 생활하는 마을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은퇴자들의 소비 능력이 강북구에 확산이 되면 젊은 층들은 그분들이 필요한 여러 가지를 만들면서 장사도 해 '윈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숲세권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고 있고요. 북한산을 조망할 수 있는 조망축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허가를 내준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서울 강북구청 청사. (사진=강북구)
저는 30년 이상 풀리지 않았던 강북구 고도 제한을 풀었습니다. 서울에서 제일 낙후되고 가난한 강북구가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고 이사 오고 싶은 강북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조만간 강북이 확 뜰 거예요. 저는 앞으로 30년 동안 산다면 강북구에 뼈를 묻을 계획입니다. 언젠가 또 누군가 구청장을 한다면 그 사람한테 제대로 하라고 소리칠 겁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