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마을, 고립 넘어 ‘세대 공존 실험장’으로
초고령사회 해법으로 진화하는 ‘세대 통합형’ 은퇴자 커뮤니티 모델
청년·고령층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 지역 재생의 새 전략으로 부상
고독사 예방과 공동체 회복의 열쇠, 국내외 다양한 실험 사례 주목
2025-05-21 06:00:00 2025-05-21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은퇴자 마을이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노인들만 모여 사는 요양시설 중심 실버타운 개념에서 벗어나 청년 세대까지 함께 살아가는세대 통합형 커뮤니티로의 전환이 시도되는 건데요. 이런 변화는은퇴자 마을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세대 간 상호작용과 지역사회 공존을 도모하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단 차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전국 '경청투어'를 하면서 강원도 내 춘천, 원주, 평창 등에 미니 신도시형 은퇴자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사진=뉴시스)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심
 
은퇴자 마을은 더 이상 외딴곳에 노인들만 거주하는 주거 공간만 있는 형태가 아닙니다. 종합복지타운으로서 하나의 경제 공동체가 형성돼 지역 경제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충청남도 서천군어메니티 복지마을은 국내 최초 노인종합복지타운인데요. 주거 공간만이 아닌 의료·요양·문화·경제 활동 등 노후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단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곳입니다. 이곳 외에도 경상북도의 천년건축 시범마을’, 전라북도 고창의 웰파크시티등 지방 곳곳에서 종합복지타운 형태 은퇴자 마을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경제 공동체 성격을 띤 종합복지타운 형성은 은퇴자 마을이 지방 소멸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방 중소도시는 이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마을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다음 달 열리는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은퇴자 마을 건설공약을 발표했는데요. 이 후보는 은퇴자 마을을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해법으로 주목하는 모습입니다. 은퇴자 마을이 단순히 고령층 삶의 질 개선만이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 중심축으로 역할이 바뀌는 겁니다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고 은퇴자들은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해 인구 유입을 권장하는 '세대 통합형 은퇴자 마을'이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 주도세대 통합형시범사업 본격화
 
최근 은퇴자 마을은 종합복지타운에서 한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 중심축을 넘어 세대 통합형 모델로 진화하는 건데요. 정부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부터 고령층과 청년층이 같은 마을 안에서 거주하며 주거·일자리·문화 활동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세대 통합형 은퇴자 마을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세대 통합형 은퇴자 마을은 고령자에겐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 해소 역할을 하고, 청년층에겐 안정적 주거와 지역 정착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종시에서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주도로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추진 중입니다. 자녀 세대는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부모 세대는 시니어타운에 거주하는 형태로, 같은 단지 내에서 세대 간 소통과 돌봄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전북 고창에서도 은퇴자 전용 아파트와 젊은 세대가 거주하는 타운하우스 빌라가 함께 조성되며 가족 단위 세대 통합 이주 사례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청북도 괴산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구 감소를 멈추기 위해 은퇴자와 청년이 함께하는 마을 조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청년 귀농인과 은퇴자들이 협력해 농업 활동을 함께하거나 생활을 지원하는 구조를 통해 새로운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건데요. 이로 인해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고 은퇴자들은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해 인구 유입을 권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2023년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망자가 3661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세대 통합형 은퇴자 마을'이 초고령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고독사 예방과 지역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
 
해외에서도 세대 통합형 커뮤니티 모델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은퇴자 도시대명사인 미국 애리조나선 시티는 마을 구성원의 다양한 동호회 활동과 의료·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자생적 커뮤니티로 고령자와 청년층의 활발한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치기현에서도 고령층과 청년층이 함께 거주하며 상호 보완하는 형태의 복합형 마을이 조성돼 노인의 고립을 줄이고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돕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대 통합 커뮤니티 기반 은퇴자 마을이 단순한 복지 시설을 넘어 지역사회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초고령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은퇴자 마을은 돌봄과 상생의 공동체를 재구성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이 같은 형태의 은퇴자 마을은 초고령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2023년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망자가 3661명에 달했습니다. 전체 사망자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에 정부는 2023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위험군 조기 발굴과 지역 공동체 연결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일례로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주민 공동체 공간해피인은 고립된 노년층에게 무료 식사, 일자리 정보, 쉼터를 제공하며 이웃과의 관계망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대 통합형 은퇴자 마을이 전국 조성되면 굳이 특정한 정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마을 안에서 고령층과 청년층이 자연스럽게 상생 관계를 맺고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구조가 형성돼 초고령화 사회의 여러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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