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라지만, 특히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지만 이번 대선은 다릅니다. 교과서에서나 봤을 법한 비상계엄 선포 끝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입니다. 관통하는 키워드는 ‘내란 종식’입니다. 그 어떤 명분도 비상계엄의 잘못을 덮지 못합니다. 추락한 민생 앞에 던져진 비상계엄. 당연히 시민들의 분노가 차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보수는 분열했고 진보는 결집했습니다(국민의힘이 보수인지, 민주당이 진보인지는 별개로 하겠습니다).
윤석열씨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14일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는 몇몇 여론조사 결과에 호들갑이지만, 이럴수록 이재명 득표율만 올라갑니다. 이재명 지지층은 위기감에 더욱 결속력을 다질 테고, 투표를 망설였던 중도층도 발길을 투표장으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비호감이 여전하다고는 하나, 내란 세력 심판보다 중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보수층은 이왕 진 선거, 훗날이라도 도모하겠다는 심정으로 김문수와 이준석으로 표가 나눠질 가능성이 큽니다. 사표 방지 심리도 작동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일부는 투표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언론이야 박빙으로 싸움을 몰고 가야 흥행이 되겠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진 원인조차 외면한 채 진영 논리를 답습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압승으로 끝날 대선 결과에 어떤 책임감을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한 막판 대역전의 가능성도 타진해보지만, 단일화 불씨는 꺼진 지 오래입니다. 설사 단일화가 성사된다고 해도 달라질 대선 결과가 아닙니다. 때문에, 기존의 경마 중계식 보도 대신 새로 탄생할 이재명정부의 과제를 짚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단임제의 한계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지역·계층·세대·성별 간 갈등과 진영 논리로 인한 극심한 분열, 성장 동력의 상실과 민생의 추락, 저출생 고령화에 지방의 소멸까지,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는 하나둘이 아닙니다. 정책이 아닌 정쟁으로 이끄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언론이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해 12월3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계엄군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사진=뉴시스)
12·3 비상계엄은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의 회복력을 입증했습니다. 시민이 맨몸으로 계엄군에 맞섰으며, 국회는 포고령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그들을 돌려세웠습니다. 더 이상 군이 대통령의 헛된 망상에 놀아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1980년 5월 피로 물든 광주가 2024년 대한민국을 구했듯, 2024년 비상계엄의 좌절이 앞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킬 것입니다. 여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켜켜이 쌓인 갈등도, 이해의 대립도, 진영 간 적개심도, 위기 앞에서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소망한 공동체의 모습이었습니다. 모두가 지켜낸 일상의 소중함. 그 끝에 치르는 대선입니다. 그래서 확신합니다. ‘이변’은 없을 것입니다.
편집국장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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