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S-Oil의 전망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하나증권이 '강력매수' 의견을 낸 지 하루 만에 LS증권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입니다. 정유 업황 부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시각 차이로 풀이됩니다. 지금이 바닥이고 설비투자의 효과가 내년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하나증권과, 내년에도 업황 부진이 이어져 증설한 설비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LS증권의 전망 중 무엇이 맞을지는 연말이나 내년이 돼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주가는 보고서가 나온 후 반등했습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il은 이틀째 조정세를 보이며 500원 하락한 5만5900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26일과 27일 각각 7.30%, 5.60% 급등한 후 쉬어가기로 보입니다.
국제유가 하락과 지속되는 정유 업황 부진으로 올해 내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S-Oil 주가가 모처럼 상승한 것은 하나증권이 낸 보고서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27일자로 S-Oil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냈는데요. ‘5년 주기로 바닥이 왔다. Conviction BUY’라는 제목부터 눈에 띕니다. 확신(Conviction)에 찬 매수, 즉 강력매수 의견입니다.
지금이 주가 바닥…증설 효과 발현
윤 연구원이 강력매수 의견을 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제일 앞에 내세운 것이 ‘5년 주기 대바닥’입니다. S-Oil은 지난 23일 장중 5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0년 3월23일(4만8500원) 이후 5년 만에 최저가입니다. S-Oil은 과거에도 2014년 11월5일(3만8170원), 2010년 5월27일(4만9150원) 등 5년 주기로 바닥을 찍었습니다.
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유 업종의 사이클은 유가와 경기의 함수이며, 주가가 바닥을 찍은 시점이 대부분 유가와 경기의 저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같은 현상엔 경기 사이클과 설비투자가 관련돼 있습니다. 유가가 약세일 때는 정유사들이 설비투자를 미루기 때문에 나중에 회복기에 들어서면 정제마진도 함께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정유업체들의 설비 순증설은 2023~2024년을 정점으로 크게 줄었고, 올해에도 전년 대비 64% 감소한 데다 2027년 이후엔 전무해 이것이 회복기 정제마진 강세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18%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에선 정제설비 폐쇄가 예정돼 있는데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를 조기 폐지해 내연기관 차량의 생명이 2029년까지 연장된 점을 들어 미국 내 석유제품 재고가 25년래 최저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도 증설을 제한해 최근 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감소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글로벌 1위, 2위 점유율 국가들의 수출이 감소할 경우 우리 기업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S-Oil은 현재 온산에서 대규모 설비투자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연간 약 320만톤의 석유화학제품을 추가로 생산해 생산 비중이 기존 12%에서 25%로 커지게 됩니다. 또 이 프로젝트엔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기술을 도입해 기존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정보다 생산원가를 30~40% 절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투자로 인해 부채가 증가했고, 배당은 감소한 상태인데 이런 우려가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어 지난 5년간의 주가 할인 해소가 머지않았다는 것이 하나증권의 시각입니다. 하나증권이 예상한 S-Oil의 올해 매출은 35조8356억원, 영업이익 5700억원이며 목표 주가는 8만원입니다.
설비가동-경기회복 어긋나 ‘부담’
그런데 하나증권이 보고서를 낸 지 하루 만에 LS증권이 보유(Hold) 의견을 냈습니다. 말은 보유였지만 목표가는 현재가보다 크게 낮은 4만8000원을 제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입니다.
LS증권은 S-Oil의 정제마진이 하반기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순증설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체 경제 부진에 따라 수요가 둔화된 영향이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LS증권은 하나증권이 기회요인으로 본 샤힌 프로젝트를 우려 요인으로 평가했습니다. S-Oil 등 정유업체들이 경기가 나쁠 때 설비투자를 진행했다가 업황이 회복될 때 효과를 봤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엔 경기 회복과 맞물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내년에 완공될 샤힌 프로젝트가 경기 사이클이 안 좋을 때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 것입니다. 만약 올해 업황이 돌아서지 못할 경우 대규모 설비 완공에도 가동률을 빠르게 올릴 수 없어 매출 성장이 기대를 밑돌고, 고정비 부담은 증가해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LS증권의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LS증권은 올해 S-Oil이 매출 32조8410억원에 1050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근거해 목표가도 현 주가보다 훨씬 낮게 제시한 것입니다.
미래에셋도 목표가 높여
S-Oil은 과거에도 업황이 부진할 때 공격적인 설비투자 등을 진행해 업황이 돌아설 때 설비 규모 대비 높은 수익성을 올렸습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배당 잔치를 벌여 고배당 기업으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다만 지난 2년 동안엔 실적이 부진한 탓에 배당도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불황 시기의 설비투자가 레버리지 효과를 낼지, 아니면 경기 사이클과 맞물리지 못해 부담으로 남을지를 두고 두 증권사의 의견이 엇갈린 셈입니다. 바닥 탈출 시기에 대한 시각 차이로 단순화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영업 환경을 감안할 경우, 웬만한 확신이 아니고선 현재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사실상 매도 의견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반대로 강력매수 또한 흔한 것은 아니어서 투자자들로서는 헷갈릴 만합니다.
참고로 같은 날 보고서를 낸 미래에셋증권은 △타이트한 석유제품 수급 밸런스로 인한 정제마진 강세 △점진적 유가 회복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주가순자산비율(PBR) 0.66배로 역사적 저점 등의 이유를 들어, S-Oil의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832원 높였고 목표가도 기존 6만4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조정했습니다. 단,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습니다.
올산광역시 온산산업단지에서 진행 중인 S-Oil의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S-Oil)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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