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이 영업 현장에서 유심 교체에 집중하고 있는 일선 대리점들에게 유·무선 판매 기준 충족을 보상안의 조건으로 걸어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해킹 사태에 따른 유심 교체 현황을 살피기 위해
SK텔레콤(017670) 대리점 현장을 살펴본 정부도 해당 안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0일 현장 대리점 및 통신업계 관계자의 말들을 종합해 보면 SK텔레콤은 최근 대리점에 유심 교체에 대한 보상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안에 따르면 유심교체의 경우 50~3500개 사이에서 차등 보상하는데, 3500개 교체 기준으로 지원받는 금액이 백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다 유심교체 보상을 받으려면 유선통신 서비스 2.5개, 무선통신 서비스 20개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즉, 유심 교체 기준을 맞추더라도 유·무선 통신 서비스 판매 수를 채우지 못하면 해당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SK텔레콤이 5월부터 대리점 독려 차원에서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무선통신 지원금 지급 판매 기준을 일부 완화하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실상 유심 교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장 관계자는 "유심 교체 고객을 소화하면서 기기변경 업무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기기변경 고객을 응대하려면 계약서 작성부터 파일 전송 등 시간 소요가 불가피한데, 유심 교체 고객을 줄 세우며 기기변경 고객을 받는 것은 현재 분위기상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울 시내 SK텔레콤 대리점에 게시된 유심 교체 업무 포스터.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대리점협의회에 포함된 소매 대리점 중심으로 반발이 지속되자 SK텔레콤도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조건부가 붙습니다. 무선 실적과 유심 교체수 기준은 유지하되, 해당 무선 실적을 채우지 못할 경우 기존 제시한 보상 비용의 50%를 제공하겠다는 안입니다.
SK텔레콤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유·무선 서비스 판매에 비례해 지원금을 주던 기존 소매성장 정책과 별개로 영업 대신 유심 교체에 전념한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업무 취급수수료 일환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기존 정책과 이번 해킹 사태에 따른 유심 교체 건을 연결 짓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그간 SK텔레콤뿐 아니라 통신3사 모두 명의 변경, 유심 교체 등에 대한 일정 수수료를 대리점에 지급해왔는데, SK텔레콤의 경우 최근 유심 교체 수요 폭증으로 일선 대리점의 영업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최근 유심 교체에 대한 업무 보상은 별건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리점 측 주장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경기도 인근 소매 대리점을 둘러보고 해당 정책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심 교체로 기기변경 업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리점 보상책 안에 유·무선 개통 건수가 포함된 것이 마땅치 않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대리점과 본사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이용자의 유심 교체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양측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고, 의견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중재하는 과정에 있다"며 "유심 교체를 지원하는 대리점들이 이용자 피해 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SK텔레콤은 과거에 진행해 오던 정책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무선 서비스 판매에 지원해오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일 뿐"이라며 "유심 교체에 대한 보상은 교체 1건당 1000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제시된 정책은 대리점들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판매 정책 기준을 완화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SK텔레콤은 "매장별 유심교체 50건, 판매 15~20건 정도 달성 시 최소 수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며 "별도 보상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리점들은 이것만으로 매장 운영비 충당이 불가능하다며, 유심 교체 업무 자체에 대한 별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0시 기준 SK텔레콤의 누적 유심 교체 고객은 537만명입니다. 잔여 예약 고객은 372만명입니다. 현재 이 업무는 300여곳 되는 직영점 PS&M 매장과 2300여곳의 도·소매 대리점에서 진행 중입니다.
SK텔레콤 대리점 보상과 관련해 갈등이 빚어지는 것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리점은 SK텔레콤의 신뢰회복이 가능하도록 최전방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대리점이 손해를 보면서 유심 교체를 지원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기준과 보상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과방위 차원에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