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AK홀딩스, 핵심 지분 줄줄이 담보…벼랑 끝 자금줄
애경산업·제주항공 보유 지분 95% 이상 담보…주담대 4000억원 수준
올해 1분기 부채비율 359.4%·총 순차입금 2조4415억원 등 악화
2025-06-09 06:00:00 2025-06-0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4일 16: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유동성 위기에 몰린 애경그룹이 애경산업과 애경중부컨트리클럽(중부CC) 등 핵심 자산을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최근 지주사 AK홀딩스(006840)가 보유한 애경산업(018250)제주항공(089590)의 남은 지분 대부분을 담보로 제공해 1000억원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계열사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운 자금 조달이지만 이미 그룹 전반에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특정 자산을 동원한 돌려막기 양상이 반복돼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주사가 보유한 상장사 지분을 사실상 전량 담보로 제공한 상황이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애경그룹)
 
AK홀딩스, 애경산업·제주항공 보유 지분 대부분 담보로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지난달 29일 신한캐피탈과 애경산업,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신규 계약했다. 대출 금리는 연 5.9%로,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AK홀딩스는 그동안 주요 계열사 지원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주담대)에 지속적으로 의존해 왔다. 올 1분기 기준으로는 애경산업 주식을 담보로 830억원, 애경케미칼 주식으로 500억원, 제주항공 주식으로는 약 1900억원(공동담보 포함)을 조달했다. AK홀딩스는 애경산업 지분 45.08%, 제주항공 지분 50.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대출까지 반영하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의 95%, 제주항공 지분의 94%가 담보로 설정된 상태다. 사실상 그룹 핵심 자산인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의 대부분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의 재무 불안정성이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애경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룹 유동성 확보를 위해 포트폴리오 재조정, 리밸런싱 등 재무구조 건전성 강화를 고민 중”이라면서도 높은 주담대 설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애경그룹, 주채무계열 신규 편입…유동성 위기 몰렸다
 
애경그룹이 주요 계열사 지분까지 담보로 잡는 배경에는 현재 재무 상황이 벼랑 끝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AK플라자를 비롯한 백화점 사업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그룹의 모태인 애경산업 역시 실적이 악화됐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제주항공도 지난해 말 사고로 인해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됐다.
 
결국 애경그룹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지정한 ‘주채무계열’ 대기업 집단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주채무계열이란 총차입금 2조4012억원, 은행권 신용공여잔액 1조4063억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을 말한다. 이에 따라 애경은 올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안정성 평가는 물론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 리스크, 실적, 향후 자금유출 전망 대비 자금조달 여력 등 다각도에서 재무구조평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AK홀딩스의 총 순차입금은 2023년 1조7745억원에서 지난해 2조929억원, 올 1분기 2조4415억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022년 294.6%에서 2023년 301.7%, 지난해 328.7%로 크게 상승했다. 그룹 전체 주요 자산이 담보로 묶이며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수단이 묶여버린 상태다. 애경그룹은 현재 애경중부컨트리클럽(중부CC) 매각에 이어 애경산업까지 시장에 내놓으면서 자금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일각에서는 AK홀딩스의 주식담보대출 확대와 계열사 자금 지원이 주주 이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주사가 주주 자산인 핵심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설정해 타 계열사 지원에 활용할 경우 자산가치 하락 시 손실이 소액주주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담대의 특성상 주가 하락에 따른 담보비율 미달 시 추가 담보 요구(마진콜)가 발생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미달할 경우 대출 기관은 추가 담보 요구나 반대매매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식담보대출은 일시적인 유동성 해소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반복적인 대출과 계열사 간 자금 순환 구조는 신용등급 하락이나 시장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지주사 자산을 무리하게 활용하는 방식은 시장에서 부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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