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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업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시니어 레지던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와 개발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그러나 고령층을 위한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에는 여전히 많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민간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을 둘러싼 제도 현황과 시장 동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지만, 노령 인구를 위한 주거시설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랴부랴 이들을 위한 제도 손질에 나섰다. 그러나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만한 정책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적극적인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혁신파크 개발사업 조감도.(사진=서울시)
초고령화 사회 진입…시니어 레지던스는 ‘수도권·고급화’ 한계
5일 통계청이 조사한 ‘장래가구 추계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 규모는 지난 2022년 522만5000가구로 전체의 24.1%에 불과했지만, 오는 2052년에는 50.6%인 1178만8000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 30년 새 약 2.3배의 증가율이 예측된 것이다.
또한 2022년 가구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연령은 40~50대로 41.8%였으나, 2052년에는 70대 이상 가구 비중이 41.5%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국제연합(UN)은 한 국가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수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며 ‘초고령 사회’ 기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노령 인구를 소화할 충분한 주택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주택 종류는 △노인복지주택 △케어안심주택 △고령자 복지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분류돼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라는 명칭은 이들 주택을 통칭하는 표현이며, 공식 명칭은 아니다.
삼일PwC 조사에 따르면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노인주거복지주택은 지난 2023년 말 기준 전국에 40곳, 9006가구가 조성돼 있다. 노인의료요양시설 등 다양한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 규모를 합해도 지난해 기준 전체 고령자의 2.7% 수준에 불과하다.
이상민 삼일PwC 금융부동산그룹 본부장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공급량이 많은 노인주거복지주택(실버타운)은 서울과 경기지역에 집중돼 있고, 고급 레지던스로 구성됐다”면서 “민간 참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보조금 지급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쏟아지는 활성화 정책…그럼에도 민간 참여 저조한 이유는
정부는 지난해 7월 초고령화 사회 대응을 위해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도심 내 유휴시설에 용도 변경과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니어 레지던스로 전환하거나, 이를 위한 국유지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토지와 건물 등의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 만으로도 실버타운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에는 ‘신분양형 실버타운’ 조성도 가능해졌다.
서울시 역시 올해 5월 ‘9988 서울 프로젝트’에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 활성화 계획을 담았다. 민간형 시니어주택(7000가구)과 민관동행형 시니어주택(1000가구), 3대 거주형 시니어주택(5000가구), 자가형 시니어주택(1만가구)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의 제도 개선안에는 기존 20%였던 민간사업자의 시니어 레지던스 분양 비율을 30%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와 서울시 등이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한 배경에는 그간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대한 민간 사업자들의 소극적인 참여도가 있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2022년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세대공존형 시니어타운인 ‘골드빌리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저조한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로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시는 최근 한 민간기업에 이 부지를 4545억원에 공매로 매각한 바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을 경험한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주택법 등에 따르면 시니어 레지던스를 분양할 수 있는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사실상 대부분 가구를 임대로 운영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넓은 부지가 필수적인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의 특성상 투입 자본 대비 수익률 확보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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