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장 진단)①부산 이전·관치 논란…정치적 리스크에 흔들린 강석훈 산업은행장
3년 임기 마치고 6일 퇴임
본점 부산 이전 추진으로 핵심 인재 유출
내부통제·노조 갈등까지…신뢰 잃은 리더십
2025-06-09 14:48:37 2025-06-09 16:27:57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주요 정책금융기관장들의 역할과 성과를 진단합니다. 정책금융기관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13개 정책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각 기관장이 본연의 책무를 얼마나 성실히 수행했는지를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오승주·김지평 기자] 강석훈 전 산업은행 회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산은 수장으로 임명돼 6일 3년 임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취임 당시부터 그는 금융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강 전 회장은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서울 서초을)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습니다.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무실장과 정책특보를 맡아 핵심 역할을 수행한 대표적인 윤석열 측근 인사입니다. 학계 출신이라는 이력이 강조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금융 실무보다는 정치와 관료 경력이 더 길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취임 이후 강 전 회장은 "정부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산업은행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친정부적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중시되는 시점에 산은이 정부 방침에 지나치게 종속됐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정권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윤석열 공약' 부산 이전 추진으로 인재 유출 심화
 
강석훈 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책금융기관은 시장 기능을 보완하고 국가 전략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산은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의 균형 있는 조율과 함께 내부통제와 의사결정 구조의 안정성이 요구됩니다. 정치적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정책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강 전 회장 임기 중 가장 큰 논란은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추진이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공약의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산은 내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산은 노조와 직원들은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본점 이전은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들은 "스타트업 지원, 첨단산업 투자 등 성과로 평가받는 사업들도 본점이 서울에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부산 이전이 현실화됐다면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외부 협의가 어려워져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연간 평균 30명 수준이던 퇴사자 수는 100여명 수준으로 급증했습니다. 산은 노조는 "특히 실무를 주도하던 대리급부터 과장·차장급 인재 이탈이 심각했으며, 단순히 신입 채용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했다"면서 "이로 인해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됐고 조직의 전반적 역량 저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강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비용 대비 효과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 오히려 논란을 키웠습니다. 해외 진출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가 중요한 시점에 산은이 지역 이전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미래 지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건전성 악화에 내부통제도 부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2023년 3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이전 추진 윤석열정부 규탄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논란은 '관치금융'입니다. 강 전 회장이 정부 정책과 정무 라인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다 보니 산은의 의사결정이 시장 논리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좌우된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예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꼽히는데, 일부에서는 "조선업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부 방침에 따라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재무 건전성 악화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됩니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3.9%로 국내 20개 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강 전 회장은 임기 막바지에 한화오션 지분 4.3%를 약 1조원에 매각하며 재무 건전성 개선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단기적 수치 개선 외에 산은의 체질을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내부통제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산은의 정책자금 운용 과정에서 20건의 위법·부당 사례가 적발됐고, 일부 지점장의 부정 대출과 부정 청탁으로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인사 기록에 남지 않는 '주의' 수준의 가벼운 징계에 그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내부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반증입니다. 
 
노조와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는데요. 노조는 "지속적으로 대화와 토론을 요청했지만 강 회장이 거의 피해 다니는 듯할 정도로 소통 측면에서 묵묵부답이었다"며 강 전 회장이 금융 실무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정부 지시에만 반응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로 인해 정책 추진의 정당성과 내부 신뢰가 모두 약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오승주 기자 sj.oh@etomato.com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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