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등 수도권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2년 만에 수익성이 회복했지만, 지방과의 편차는 여전합니다. 저축은행업계는 지역 간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입니다.
"서울권 대형사 실적 회복 주도"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체 저축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5%를 기록하며 2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1.20%를 기록하며 수익성 지표 전반이 개선됐습니다.
ROA와 ROE는 각각 총자산과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 비율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입니다. 자산이나 자본의 급격한 변화 없이 지표가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운용 효율이 개선되고 순이익 규모가 증가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지역별로는 여전히 수익성에 큰 격차가 존재합니다. 서울 소재 대형 저축은행들은 흑자 기조를 유지했지만 지방권 중소형사는 여전히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주요 대형사는 순이익이 수백억원 단위로 회복된 반면 일부 지방권 저축은행은 여전히 분기당 수십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개별 저축은행들의 ROA를 보면 서울권 대형사는 0.6~0.7% 수준의 개선세를 보였으나, 일부 지방 중소형사는 -0.4% 내외를 기록했습니다. ROA 역시 지역별로 최대 ±0.6%포인트 이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익성 회복이 업권 전반에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권 대형사는 디지털 채널 기반의 비대면 영업 확대와 중금리 대출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실적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지방 중소형사는 수익 기반이 취약해 여전히 고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축은행 업권이 2년 만에 수익성을 회복했지만 그 회복세는 업권 전반보다는 지역과 규모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어, 업계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납세고지서 도착 안내문과 대출 전단지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기업대출 중심 리스크 여전
수익성이 다소 개선됐다고 해도 건전성에는 여전히 구조적인 위험이 남아 있습니다. 업계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말 8.52%에서 지난 1분기 9.00%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13.65%로 가계대출 연체율(4.72%)을 3배 가까이 상회하고 있습니다.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13%대 중반에 이르면서 금융당국도 관련 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록 1분기 중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상각이 이뤄졌지만, 자산 매각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연체율 지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설립을 추진 중인 부실채권 정리 전문 자회사는 3분기 내 설립을 마치고 자산 매입에 나설 예정이나, 담보력 부족 및 자산 평가 문제로 실제 거래 성사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서민금융기관' 역할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햇살론 유스 공급 확대, 사잇돌2 및 중금리 대출 활성화 등 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전성 회복을 위해 조심스럽게 운용 중인 포트폴리오에 다시 고위험 차주가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책 목적에 따라 고위험군 대출을 확대하게 되면 실적 개선 흐름이 다시 꺾일 수 있어, 수익성과 공적 역할 사이에서 저축은행의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업계, 지방 규제 완화 등 요청
저축은행업계는 새 정부를 향해 '서민금융'과 '포용금융'을 중심으로 한 정책 방향 전환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업권 전반의 수익성은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지역 간 편차와 고위험 차주 대상 대출 집중 문제 등이 구조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우선 저축은행 중심으로 정책 서민금융 창구를 일원화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입니다. 저축은행 중심으로 창구를 통합하면 행정 효율성과 소비자 접근성을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사잇돌2는 저축은행중앙회가 보증기관으로 참여하며 시중은행·저축은행·캐피탈 등 다양한 금융사가 창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급기관이 분산된 구조는 심사 기준 불일치, 중복 신청에 따른 혼선, 사후 관리의 공백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신용등급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중·저신용자나 청년층 등 금융 소외계층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입니다.
지방 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업계 요구입니다. 영업 구역 확대와 지역 내 의무 여신비율 완화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지방 저축은행의 영업 기반을 실질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또 자본력과 경영 건전성이 검증된 대주주 중심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 지방 중소형사의 체력 보강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업계는 단기 실적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단순히 대체 금융 창구가 아닌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 제도권 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규제와 정책 방향의 일관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저축은행업계는 새 정부를 향해 서민금융과 포용금융을 중심으로 한 정책 방향 전환을 요청할 계획이다. 사진은 저축은행 이미지.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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