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웨이브' 게임 속 해파리 화면의 확대판. (사진=UNSW)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만성 통증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안구에 타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성 안구통(corneal neuropathic pain)’은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의 연구진이 약물 없이도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치료법은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피드백하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기술을 활용하여 환자가 자신의 뇌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통증을 완화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UNSW의 신경회복 연구 허브(NeuroRecovery Research Hub) 소속 실비아 구스틴 교수와 네긴 헤삼-샤리아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적용한 게임 기반 치료 프로그램 ‘페인웨이브(PainWaive)’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뇌파 조절
‘페인웨이브’는 사용자가 게임을 통해 자신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조절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입니다. 사용자는 EEG(뇌파 기록) 헤드셋을 착용하고 화면에 나타나는 시각적 피드백을 보며 뇌의 특정 파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화면에 떠 있는 해파리의 움직임이나 색상이 사용자의 뇌파 상태에 따라 변하면, 사용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뇌 상태를 인식하고 조절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약물 치료와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사용자가 자신의 뇌 활동을 스스로 조절함으로써 통증을 완화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만성 통증 환자들은 뇌의 특정 영역에서 비정상적인 활동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페인웨이브’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뇌 활동을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통증 완화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
연구팀은 신경성 안구통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4주간 ‘페인웨이브’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참가자들의 통증 수준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통증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제약이나 정서적 스트레스도 줄어들었으며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페인웨이브'가 단순한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정신적·신체적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통증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비아 구스틴 교수가 ‘페인웨이브’ 헤드셋을 들고 있다. (사진=UNSW)
기존 치료법의 한계와 '페인웨이브'의 가능성
기존의 만성 통증 치료는 주로 약물에 의존해왔습니다. 그러나 약물 치료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으며 장기적인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신경성 안구통과 같은 특정 질환은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삶의 질 저하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인웨이브’와 같은 뇌파 피드백 기반 치료법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뇌 활동을 직접 조절함으로써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치료법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며, 환자들에게 자율성과 통제감을 부여합니다.
통증 치료에 대한 기대감 높지만 광범위한 검증 필요
‘페인웨이브’의 성공적인 초기 결과는 뉴로피드백 기술이 만성 통증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이며, 더 많은 임상 연구와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사용자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만큼 프로그램의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인웨이브'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통증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특히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자율적이고 비침습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통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구스틴 교수는 “언젠가는 ‘페인웨이브’를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하고 접근 가능한 통증 관리 솔루션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생겼으며, 이 방법이 기존 치료법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논문은 미국 통증연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저널 오프 페인(Journal of Pain)> 최근호에 게재되었습니다.
헤드셋은 플레이어의 뇌 활동 데이터를 앱으로 전송하고, 앱은 해파리 주변 물의 색을 변화시켜 플레이어의 정신 상태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한다. (사진=UNSW)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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