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그린생명과학, 주주가치 외치더니…자사주 되팔기 논란
매입 결정 2년 만에 일부 매각 처분 결정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라지만…재무 상태는 양호
2215원 구매 후 4010원 매도…시세차익 실현
2025-06-13 06:00:00 2025-06-1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09: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그린생명과학(114450)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매입했던 자사주 가운데 일부를 2년 만에 소각이 아닌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측은 자사주 매각 사유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이라 언급했지만, 현시점 회사의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견조한 상태다. 이에 따라 회사가 제시한 명분은 모두 희석되고 주식 시세차익을 거둔 모양새만 남았다.
 

(사진=그린생명과학)
 
재무구조 개선 목적 25만주 장내 매도…개선 필요성은 '글쎄'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료의약 및 의약품중간체 제조 부문의 사업을 영위하는 그린생명과학은 최근 신탁계약에 의한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공시했다. 회사는 오는 9월4일까지 발행주식총수 2000만주의 1.25%에 해당하는 25만주를 시장을 통해 매도한다는 계획이다.
 
처분 대상 주식가격은 이사회 결의일 전 거래일인 6월2일 종가 4010원이며, 처분예정 금액은 약 10억원이다. 회사는 자사주 처분 목적에 대해 '기업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실적을 살펴보면 그린생명과학은 지난해 매출은 25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1분기  매출 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4.62%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그러나 지금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회사가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나서야 할 시점인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든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235%, 부채비율은 30%로 집계되며 재무지표는 아직까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적으로 유동 차입금 규모는 48억원에 불과한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 87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37억원 등 현금 곳간도 넉넉한 상태다.
 
2215.96원에 취득해 4010원에 매도…매입 소요 자금 절반 보전
 
그린생명과학의 자사주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통주 91만253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탁계약에 의해 취득한 물량이 98.99%에 달하는 90만3348주로 대부분이고, 9182주는 무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수량이다.
 
앞서 그린생명과학은 지난 2023년 9월 유안타증권과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체결 이후 사측은 2023년 총 15만5888주를 취득했고, 2024년에는 74만7460주 취득이 이뤄져 계약 이행률 100.09%를 달성했다. 자사주 매입에 투입된 금액은 총 20억178만5047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1주당 취득 금액은 2215.96원이 된다.
 
자사주 매입 계획 공시 당시 그린생명과학은 자사주 매입 목적을 '주가안정 및 주주제고'라고 명시했다. 실제로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더 나아가 취득한 자사주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소각을 단행하면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서 1주당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취득해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재매각할 경우 유통 주식 물량이 복구된다. 주주 입장에선 사실상 신주 발행과 동일한 이슈다. 즉, 자사주 매입 물량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엄밀히 말해서 주주환원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이처럼 그린생명과학이 2년 만에 취득한 자사주 일부를 재매각 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초 내세웠던 주주가치제고 명분은 희미해졌다. 회사가 공시한 처분 대상 주식가격 4010원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20억원을 들여서 90만주를 매입하고, 25만주만 되팔아 소요 자금의 절반인 10억원을 보전하며 시세차익을 실현시킨 모습만 남은 셈이다. 그린생명과학의 이번 자사주 매각 결정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이 곱지 못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그린생명과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시 그대로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2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좀 바뀐 부분도 있다. 회사가 그간 어려웠기 때문에 자금이 소진되다보니 내부에서 매각을 결정했던 것이고, (처분 물량은 발행주식총수의) 약 1.2%밖에 안된다. 반면 대주주 지분율은 거의 30%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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