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활성화 막는 금감원·FIU…사업인가 고무줄·하세월
2026-04-01 06:00:00 2026-04-01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신규 사업 진입은 물론 기존 사업 확장도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등의 심사 지연으로 신규 사업자는 줄어들고 사업 갱신도 쉽지 않아 가상자산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사실상 무기한 심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제도상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FIU에 신고를 해야 영업이 가능합니다. 신고 접수와 수리 여부 판단은 FIU가 담당하지만, 심사 과정에서는 금감원이 실질적인 검사와 점검을 맡는 구조입니다. 사업자가 신고서를 제출하면 FIU가 형식 요건을 검토한 뒤, 자금세탁 방지 체계와 내부통제 수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합니다. 금감원은 서류 검토와 현장검사를 통해 사업자의 위험관리 역량과 법 준수 여부를 들여다보고 그 결과를 FIU에 전달합니다.
 
FIU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매뉴얼에는 신규 사업자에 대해서는 접수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 수리 여부를 통지하도록 돼 있고, 변경 신고는 45일 이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신고서 및 첨부 서류의 보완을 요청한 경우 그 보완에 필요한 기간은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는데요. 이 조항이 사실상 심사 기한을 무기한으로 늘리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고 접수부터 수리증 교부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2021년 초기 신고분은 대부분 2~3개월 내 수리가 이뤄졌지만 2023년 이후 접수 건부터는 처리 기간이 급격히 길어졌습니다. 2024년 이후 신규 신고 사업자 가운데 일부는 1년 이상 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갱신 신고 역시 1년4개월 이상 소요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변경 신고의 경우 45일 제한 규정과 달리 2년8개월이 걸린 사례도 확인됩니다.
 
대표적으로 A가상자산거래소는 지난 2023년 3월 임원 변경 신고를 제출했지만 FIU는 약 2년8개월이 지난 2025년 10월에야 이를 수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대주주 지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특금법에는 대주주 지분율 제한 규정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조건이 심사 과정에 반영됐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사업자 심사를 장기간 이어가면서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인가 기다리다 폐업하기도
 
B코인마켓거래소는 지난 2023년 한 지방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고 원화거래소 전환을 추진했지만, FIU의 현장검사 이후 과태료 제재와 함께 신고가 불수리됐습니다. 이후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에 이르렀는데요. 그러나 1년 뒤 법원은 FIU의 과태료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실명계좌 확보 등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도 당국 심사 지연과 제재로 신규 진입이 차단된 사례입니다.
 
3년마다 의무인 갱신 신고는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5대 원화거래소 중 최초로 갱신 수리를 받은 C사의 경우 지난 2024년 8월에 접수해 지난해 12월에야 수리가 났습니다. 무려 1년4개월이 걸린 셈입니다.
 
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규 인가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신규 인가된 가상자산사업자는 극히 제한적이며, 그마저도 거래소가 아닌 보관·관리업 중심에 그치고 있습니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신규 거래소는 사실상 추가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이용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신규 사업자 확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인데요.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2단계 입법이 지연되면서 규제 체계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기존 가상자산사업자 인가의 근거가 되는 법 규제가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업 인가를 기다리는 신규 사업자나 갱신 승인을 기다리는 기존 사업자는 서비스 출시, 파트너십 체결, 투자 유치 등 주요 의사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고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기준과 일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만 길어지면 사업자는 버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FIU 관계자는 "관계 기관 등과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가산자산사업자 신규 인가와 갱신에 대한 심사는 기존 법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습니다. 
 
한 가상자산사업자 관계자는 "신고제라면 신고제답게 규정된 기한을 지키든, 아니면 차라리 허가제로 전환해서 명확한 기준을 세우든, 어느 쪽이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에 없는 요건으로 사업자를 뭉개고, 그 피해가 결국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지금의 구조는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