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이규호 부회장, 지분 없이 코오롱 장악…'멀티보드'로 승계 전면전
코오롱인더 등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 등재
주식 한 주도 없이 본격 경영 승계 포석
글로벌 경기침체에 실적 악화 해결 과제
2025-06-16 06:00:00 2025-06-1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16: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코오롱그룹이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발판으로 '멀티보드(Multi-Board)'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주사인 코오롱(002020)을 포함해 코오롱인더(120110), 코오롱모빌리티그룹(450140), 코오롱글로벌(003070) 등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단 한 주의 지분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 다만 최근 계열사 전반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그룹의 장기 안정성을 견인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코오롱)
 
'멀티보드' 양날의 검…책임경영인가, 위험 전가인가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규호 부회장은 지난해 지주사인 코오롱과 주요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사내이사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그룹 내 핵심 상장 계열사 4곳의 이사회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 이른바 ‘멀티보드’ 전략으로 그룹 총수나 후계자가 복수 계열사 이사회에 등기이사로 참여해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구조다. 리더의 역량과 그룹의 지배구조 성숙도에 따라 성공이나 실패로 돌아갈 수 있어 '양날의 검'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현대차(005380)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멀티보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알려진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전 현대자동차,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등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그룹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각 사에 흩어져 있던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일관된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성공적인 그룹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그룹 총수로서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의 박삼구 전 회장은 멀티보드 전략의 실패 사례로 언급된다.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를 모두 장악한 뒤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며 이사회 기능이 유명무실해졌고, 결국 회사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처럼 단일 인물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면 경영 실패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멀티보드는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그룹 오너 4세로 알려져 있지만 그룹 지분이 단 1주도 없다는 측면에서 독특한 승계자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18년 이웅렬 명예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단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는 점에서 주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이규호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체제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미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관여하고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첨단 복합소재를 개발·생산하는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키면서 그룹 내 분산돼 있던 복합소재 사업을 통합하고 이차전지 분야는 연구개발·투자를 진행 중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분 없이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결국 탁월한 경영 성과를 보여주고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영컨설팅 전문가는 “복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강력한 추진력을 갖출 수 있는 구조지만 이는 경영 성과가 전제된 이야기”라며 “특히 현재처럼 실적 부진 상황에서는 후계자의 모든 결정이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주사·주력 계열사 모두 부진…실적 개선, 최대 과제
 
 
 
이규호 부회장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연 '실적 개선'이다.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하면서 -896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주력 계열사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 탓이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악화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7349억원에서 4조843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87억원으로 20%넘게 줄었다.
 
이 부회장이 야심 차게 이끌었던 코오롱모빌리티그룹마저 지난해 영업이익은 176억원으로 57.07% 떨어졌고 1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침체에 빠졌다.
 
특히나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부진은 뼈아프다. 이 부회장은 2021년부터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부문을 이끌며 수입차 유통 사업을 확장했고, 2023년에는 이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 처음 대표이사를 맡은 곳이니만큼 각별하다. 이러한 그룹 전반의 실적 악화는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만 그룹 지분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이웅렬 명예회장의 선언과 맞물리며 후계 구도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 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규호 부회장은 지주사 전략부문 대표이사 취임 이후 사업 혁신과 그룹의 미래 가치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효율성 강화를 위해 사별 사내이사로 합류해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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