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는 '외교·안보' 라인…'이종석·위성락' 갈등설도
G7·NATO 등 차질 불가피…'양 날개' 어려운 공존
2025-06-12 16:30:30 2025-06-12 19:34:02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다자외교 데뷔 무대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15~17일·현지시간)가 목전으로 다가왔음에도 외교·안보팀 인선이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습니다. 당장의 실무진 부족으로 '외교·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인데요. 외교·안보팀의 구성이 미뤄지는 배경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사이의 갈등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사진=뉴시스)
 
조태열이 동행할 판…안보실 1·2·3차장도 '공백'
 
대통령실에 따르면 12일 현재까지 발표한 외교·안보 라인은 위 실장과, 이 후보자 그리고 외교부 1·2차관 등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물론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장관이 공석입니다. 특히 국가안보실장이 임기 초에 빠르게 임명됐음에도, 안보실 1·2·3차장의 인선 자체도 늦춰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국제 다자외교에 첫발을 내디딜 예정인데요. 이후 장고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성이 결정될 주요 무대를 앞두고 직간접적인 외교·안보 인력 상당수가 공백으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르게 해외 순방에 나서기로 결정했지만, 자체적인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한 셈입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 외교 데뷔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통상 대통령의 순방이나 주요 다자회의 참석은 외교부 장관이 수행합니다. 현재 국무회의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윤석열정부 국무위원들이 모두 사의를 표했지만 이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반려했습니다. 
 
때문에 조 장관이 이 대통령을 수행해야 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요. 최근 인사가 결정된 외교부 1·2차관의 수행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당장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인사청문회 등 관련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급기야 '자주파·동맹파' 충돌설…20년 전 '갈등 재연'
 
현재 외교·안보팀 공백과 무관하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의 내정자가 있지만, 공식 발표만 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외교부 장관에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 국방부 장관에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 통일부 장관에는 정동영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 지 오래입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면서도 협상을 이끌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는 대선 전부터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하마평에 올랐습니다.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된 여한구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김 전 실장과도 호흡이 이미 검증돼 있습니다. 때문에 통상 '투톱 체제'까지 언급됩니다. 
 
여기에 안보실 1·2·3차장에는 전문 관료와 군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1차장에는 김현종 전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현종 전 참모장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안보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강건작 전 6군단장 역시 1차장 후보군에 있습니다.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2차장에는 임웅순 주캐나다 대사가 유력합니다. 김성배 전 국정원 해외정세분석국장과 장용석 전 북한정보분석국장도 대북 정책의 일환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3차장에는 김희상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문제는 외교·안보 라인 진용이 완성된 모양새인데도 임명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 배경에는 정부·여당 내에 존재하는 외교·안보 라인의 갈등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정원장 출신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사실 몇 년간 계속된 6인회라는 모임에 저와 함께하고 있다"면서 "같이 한두 달에 한 번씩 오찬하면서 서너 시간씩 얘기를 나누고 늘 의견을 교환해온 사이다. 그런데 거기는 상당히 자주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자주파'에 해당하는 이 후보자와 '동맹파'에 해당하는 위 실장이 이재명정부의 양 날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자주파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동맹파는 한·미 동맹을 외교 정책의 방향성으로 설정합니다. 
 
결국 대북 포용 정책과 실용주의 노선을 위한 한·미 동맹 중시라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건데요.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두 사람의 갈등으로 인해 인선이 차일피일 늦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위 실장과 가까운 조 전 차관이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에 대한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미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 당시에도 외교부와 청와대는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으로 내부 갈등이 격화한 바 있습니다. 미군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갈등이었는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사가 주축인 자주파와 정통 외교관들 중심의 동맹파 간 갈등이었습니다. 
 
당시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으로 북미국장과 외교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북미국장이 위 실장이고 자주파 주축은 NSC 사무처장인 이 후보자였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갈등이 이재명정부 초기 외교·안보 라인 인선에서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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