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차철우 기자] 이재명정부 5년의 국정 운영 로드맵을 설계할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연필은 멀쩡한데 연필심이 부러져서 일을 잘 못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외견으로 보이는 경제 구조는 멀쩡한 것 같지만 실제 연필이 수행해야 할 '심'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 '심'을 인공지능(AI)은 물론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2차전지 등 기존 한국의 대표 산업에서 찾았습니다. 16일 공식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가 무엇에 방점을 둘지 예견되는 대목입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우선 과제는 민생·성장"…경제 생태계 새판짜기 '집중'
이 위원장은 지난 13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정기획위에서 추진할 최우선 과제로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꼽았습니다. 그는 "우선은 민생"이라며 "민생은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론 경제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 선진국다운 창조적인 기술들이 안 나오고 있다"며 "그 부분을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문제와 관련해 "시간도 걸리고 돈도 걸리고 불확실하다"며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특히 AI를 넘어서는 통상 수출 다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AI가 다는 아니다"라며 "예컨대 자동차, 반도체, 2차전지, 조선 등 이런 영역들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위원장은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연필은 멀쩡한데 연필심이 부러져서 일을 잘 못하는 느낌이 든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산업 등 각 분야에서 현 상황을 돌파해낼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경제 성장을 위해 국민들의 자신감 고취도 필요하다고 바라봤습니다. 국민들의 자신감 상승을 위해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코스피 5000 시대'를 예로 들기도 했는데요. 이 위원장은 "'주가 5000'이라고 하는 게 사람들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굉장히 필요한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천천히, 꾸준히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국민들의 자신감 회복은 기업의 경제적 성과에 달렸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이 위원장은 이번 국정기획위의 주요 인선에 대해서도 "당 내부에서 정책을 많이 다뤄본 인사들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의원들 가운데 정책 전문가 위주로 구성했음을 알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더 강력한 국정기획위…정부조직개편 TF 가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이한주 위원장을 중심으로 부위원장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맡았습니다.
7개 분과위원회(국정기획·경제1·경제2·사회1·사회2·정치행정·외교안보)엔 총 55명의 위원들이 합류했는데요. 문재인정부 때 비슷한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보다 인원이 더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여당 의원들만 23명이나 합류했습니다. 선거 당시 보수 진영에서 영입된 인사들의 참여도 눈에 띕니다.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가 기획분과위원, 최연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사회1분과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정기획위의 법정 활동 기간은 60일이지만 1회에 한해 최장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활동을 마치면 경과를 백서로 정리해 30일 이내에 공개해야 합니다. 활동 기간 동안 새 정부 5년간의 국정 운영 방향과 구체적 국정 과제를 수립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오후부터 각 경제·사회 등 5개 분과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17일 분과별 논의를 조정·검토하는 운영위원회 회의, 합동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18~20일에는 세종시에서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현황과 현안 대응, 공약 이행 방안을 검토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국정 과제를 수립하게 됩니다. 정부 조직 개편도 국정기획위의 장기 과제로 꼽힙니다.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별도의 테스크포스(TF)도 구성할 계획인데요. 특히 이 위원장은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과도하게 집중된 기능과 권한은 과감히 분산·재배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발언은 기획재정부나 검찰, 금융위원회 등 그동안 민주당이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온 부처들을 대상으로 과감한 개편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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