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퇴짜에 트럼프 뒤끝…유가·환율 '금융위기 데자뷔'
"호르무즈 이용 국가가 책임져"
원유 의존도 높은 한·일 '표적'
2026-03-19 17:39:43 2026-03-19 17:53:4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윤금주 수습기자]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 지원이 필요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입장을 바꿔 동맹국들을 압박했습니다. 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안보에서 발을 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인데요.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직접 해협의 안보를 맡으라며 동맹국에 책임을 떠넘긴 겁니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호위를 위해 군함을 파견하라는 자신의 요구에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이 응하지 않자, 다시 한번 파병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과 함께 이스라엘과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에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110달러대를 돌파했습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 위로 올라섰습니다. 6000 문턱까지 왔던 코스피도 5700선으로 미끄러졌습니다. 미·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 데자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에 탑승하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르무즈서 '발 빼기' 시사…책임론 제기로 파병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우리가 테러국가 이란의 잔재를 제거하고 나서 이른바 그 해협의 책임을 이용 국가들이 지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며 "그러면 우리의 반응 없는 동맹 중 일부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날 자신의 파병 요구를 거절한 동맹국들을 향해 실망감을 드러낸 것인데요. 호르무즈 해협 통제의 책임을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미국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의 '동맹은 정신 차리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도와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히 불만 표출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달라는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동맹국들을 향한 공개 압박으로 읽힙니다.
 
원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대 가스전을 공격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공격했습니다. 특히 이란은 자국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면 "걸프 에너지 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 세계를 휩쓸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했습니다.
 
세계 에너지 공급 위기가 고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카타르 가스 시설을 재공격할 경우 전례 없는 대규모 공격으로 이란 가스전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다만 이란이 카타르 가스 시설을 재공격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도 없을 것이라며 양측의 확전을 진화하는 데 나섰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스라엘-이란 에너지 '전면전'…국제유가·환율 '급등'
 
양측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에 국제유가는 다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7.38달러로 전장 대비 3.8% 올랐습니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넘겼습니다.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10달러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9일 이후 9일 만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17.9원 오른 150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화 환율이 150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3월10일(1511.5원) 이후 17년 만에 처음입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61.81포인트(2.73%) 하락한 5763.2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최근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데자뷔 같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2007년 1월 당시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점차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15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원·달러 환율의 경우에도 금융위기 직후인 9월 중순에 14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말에는 한때 1502.3원으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길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중반대에 진입하고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물가와 고환율로 인한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다시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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