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무조건적 항복'을 압박하며 이란에 최후통첩을 날린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상호 공습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간의 이목은 여전히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 개입 여부에 모아지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이날 이란 국영TV는 수도 테헤란과 아라크의 핵시설의 피격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란 당국자는 아라크 핵시설의 근무 인원 등이 모두 대피했으며, 방사성 물질 누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이스라엘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예고한 대로 아라크 중수로 인근 지역을 타격한 것입니다.
이란도 이스라엘에 2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최소 수십기 중 일부가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의 소로카 병원 등을 타격했습니다.
또 이스라엘 응급구조기관 아겐 다비드 아돔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텔아비브 인근 지역의 고층 빌딩들이 훼손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트럼프 "인내심 바닥났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인내심이 바닥났다"며 대화를 하자는 이란의 제의가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당장 수용할 뜻은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란의 결정을 지켜보기 위해 최종명령은 보류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친이스라엘 지지자들이 2025년 6월 18일 뉴욕시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과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시위에 맞섰다.(사진=AFP제공,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할 지 여부를 저울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는 분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에서는 외국과의 전쟁 확대 조짐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3~16일 18세 이상 미국 시민 151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미군이 개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0%가 반대하고 16%가 찬성했습니다. 정치성향별로 분류하면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이들 중 53%가 반대했고 찬성은 19%였습니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모순…트럼프 딜레마
트럼프가 이란 공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주저하는 데에는 '트럼프의 딜레마'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세에 참여할 경우 미국만이 이란의 핵 야욕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의 핵심이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는 모순이 되는데요. 그간 다른 나라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해왔기 때문입니다. CNN은 트럼프의 딜레마를 "사방에서 압박받는 트럼프, 그러나 이란 관련 중대한 결정은 오직 그만이 내릴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이란 편에 설 우방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의 압박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앞서 지난 17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더러운 일을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은 무기 부족으로 임무를 마칠 수 없고 필요한 무기는 미국이 갖고 있다"면서 사실상 미국의 군사개입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미국이 아야톨라 알리 하마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암살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이란에 대한 군사지원에 대해서도 "이란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군사지원을 부인했습니다.
CNN은 안보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재 상황에)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전쟁이 미국과 이란으로 번져 장기화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엘리 게란마예는 "미국의 대이란 공격은 온갖 악재가 다 쏟아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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