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 (사진=신풍제약)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풍제약(019170)이 유럽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특허 취득 소식을 알리자 연이틀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재도전 의지를 내비쳤는데, 실상을 보면 피라맥스는 두 차례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지난 16일 피라맥스의 '유행성 RNA 바이러스 감염 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약제학적 조성물'이 유럽 특허청의 특허결정서를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신풍제약은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는 물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 질환에 대한 효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도자료가 나오자 신풍제약 주가는 지난 17일까지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피라맥스는 국산 신약 16호로 허가받은 말라리아 치료제입니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다면서 임상시험 2상에 직행했습니다.
임상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임상 2상은 국내 13개 대학병원에서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환자 113명을 대상으로 치러졌습니다. 임상의 성패는 1차 유효성 평가 변수인 'RT-PCR 진단키트 기반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성 전환 비율(음전율)' 여부입니다. 지난 2021년 7월 발표된 임상 2상 톱라인 분석 결과를 보면 피라맥스를 투여한 실험군 52명과 위약을 투여한 대조군 58명 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전율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신풍제약은 임상 2상 실패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계획(IND)을 제출해 승인받았습니다. 임상 3상은 6개국에서 14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입원을 필요로 하거나 사망한 시험 대상자의 비율'이었습니다. 지난 2023년 공시된 임상 3상 톱라인 분석 결과를 보면 신풍제약은 실험군과 위약군 간의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임상 실패와 무관하게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탈바꿈하겠다는 신풍제약 의지는 여전합니다. 특허 취득 보도자료를 보면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는 "이번 피라맥스의 유럽 특허 성과는 피라맥스의 코로나 질환 치료에 대한 신규성과 진보성이 인정돼 글로벌 권리화의 기반이 확보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마무리 중인 임상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와 적응증 확대 허가 가능성을 논의해 여전히 코로나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글로벌 보건 위기 대응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약업계 반응은 싸늘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3상을 다시 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며 "특허는 허가를 받고 출시한 뒤에야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임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약물의 특허는 시기상조"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신풍제약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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