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박용현 "한국 게임, 중국보다 늦어…'빅 게임'으로 기회 잡아야"
박용현 부사장 'NDC 2025' 기조강연
"익숙하고 안전한 앞바다를 벗어나야"
장기간 예고로 비전 통일 필요성 강조
"기회의 문 영원하다 장담 못해"
26일까지 10개 트랙으로 노하우 공유
2025-06-24 12:06:34 2025-06-24 12:06:3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넥슨코리아 부사장)는 한국 게임사가 기존 개발·마케팅의 틀을 깨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환기했습니다.
 
박 대표는 24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5' 기조 강연에서 "우리에게 (해외) 시장을 뚫는 기회로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수년뿐"이라며 "우리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앞바다를 벗어나 거친 대양으로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이사(넥슨코리아 부사장)가 24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5'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정체된 시장, 변화 시급
 
게임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정체되고 있습니다. 출시된 지 5년 넘은 게임들이 PC방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서구 모바일 시장은 상위권 진입 자체가 어렵습니다. 틱톡과 유튜브가 모바일 게임 이용률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과 생리가 다른 패키지 게임도 사정이 어렵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작 게임 개발비가 폭증해, 제작비 회수를 위한 판매량 기준도 올랐습니다. '어쌔신 크리드'에 라이브 요소가 도입되고 있고, 워너 브라더스는 '호그와트 레거시'가 3000만장 팔렸음에도 차기작은 라이브 서비스로 준비할 계획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게임이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규모와 품질 모두 기존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빅 게임'이 필요하다는 게 박 대표 주장입니다.
 
박 대표는 "중국은 '검은 신화: 오공'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낸 회사도 있고, 다른 개발사들도 막대한 자금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발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게임사의 장점은 실리콘 밸리처럼 개발비가 비싸지 않고 한류 열풍이 거세며, 빅 게임 개발 경험이 쌓였다는 건데요. 박 대표는 이런 장점들이 수년 내 사라지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없다고 봤습니다.
 
방법은 마케팅과 개발 방식의 변화입니다. 모바일 시장이 주류인 한국에선 예고편 공개와 계정 사전 등록, 출시 등이 두 달 사이에 진행됩니다. 그에 반해 패키지 게임이 주류인 해외 시장에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영상을 차례로 공개하고 수년 뒤 출시합니다. 온라인 게임 개발에 집중하다 막판에 공개하는 한국 개발사 풍토와 괴리가 있는데요. 
 
국내외 시장의 차이를 알면 이유가 보입니다. 인구가 서울에 밀집된 한국과 달리, 북미와 유럽은 넓은 땅에 사람들이 골고루 흩어져 살아갑니다. 단기 광고로 승부를 낼 지리적 이점이 없습니다. 특히 이 시장에서 신규 IP(지식재산권)로 데뷔해야 하는 한국 게임사는 장기전을 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언론이 꾸준히 기사를 써줄 수 있는 매력적인 트레일러를 꾸려야 한다"며 "요즘 이걸 잘하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라고 말했습니다.
 
예고편으로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은 게임 개발력 상승에도 영향을 줍니다. 박 대표는 "우리는 가성비 방법론 안에서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그 틀 안에서 사고하게 되고, 이게 무의식에 맞춰 경쟁작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재현하는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친다"며 "우리가 만들어온 게임과 다른 게임을 만드는 데 기존의 경험이 무의식중에 목표 이미지를 비튼다"고 지적했습니다.
 
예고편의 중요성은 여기서 드러납니다. 박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목표 퀄리티는 어떤 수준인지 영상으로 바로 보여줄 수 있으니, 비전을 통일하기가 쉽다"며 "실제로 오공도 사람이 안 구해졌는데, 트레일러를 띄우고 나서 이력서 수만 장이 들어왔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난관은 비전을 통일한 이후입니다. 아직 해답을 모르지만 적어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노운 언노운'을 해결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걸 뜻하는 '언노운 언노운' 역시 마주치게 될 숙제입니다.
 
박 대표는 "아직 우리에게 기회의 문은 열려있다"면서도 "앞으로도 영원히 열려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알고 있는 문제든 처음 보는 문제든 숙제를 빨리 풀어 빅 게임으로 시장을 뚫어야 한다"며 "이런 시기이기 때문에 이번 NDC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이사(넥슨코리아 부사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주요 개발자 시행착오 공유
 
NDC 2025는 26일까지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립니다. 이 기간 국내외 주요 게임사 연사가 49개 강연으로 최신 게임 개발 비결을 공유합니다. 세션은 올해 신설된 주제인 IP를 포함해 △게임기획 △프로그래밍 △비주얼아트&사운드 △프로덕션&운영 △사업&경영관리 △데이터분석 △블록체인 △인공지능 △커리어 등 총 10개 트랙으로 구성됩니다.
 
NDC는 2007년 넥슨 사내 소규모 발표회로 시작해 2011년 외부 행사로 전환됐습니다. 이후 2019년 참관객 2만 명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및 사내 비공개 행사로 바뀌었는데요. 넥슨은 NDC를 재정비해 이날 6년 만에 공개 행사로 열었습니다.
 
넥슨은 이날 행사에서 팬 마케팅과 '퍼스트 디센던트' PC·콘솔 출시 도전기, 흥행 예측 AI 개발 활용 도전기 등을 발표했습니다.
 
25일에는 김경환 넥슨게임즈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야생의 땅: 듀랑고' IP(지식재산권) 기반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 DX'에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시프트업(462870) 소속인 유형석 '승리의 여신: 니케' 총괄 디렉터는 이 게임 IP 확장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통찰을 공유합니다.
 
26일에는 넥슨코리아에서 '메이플스토리' 국내 서비스 담당자들이 오래 가는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시도를 소개합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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