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은행 등 홍콩ELS 분쟁조정·제재 하세월
2025-06-26 06:00:00 2025-06-26 06:00:0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은 70여건이 밀려 있고, 해당 상품을 판매한 주요 시중은행에 대한 제재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기예방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ELS 배상과 관련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감원 분조위, 분쟁조정 지지부진 
 
25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법무법인 YK는 홍콩 ELS를 판매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홍콩 ELS 불완전판매에 대해 은행권 자율배상(사적화해)에 합의하지 않은 150여건 중 70여건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은행별 분조위 진행 건수는 △KB국민은행 30건 △신한은행 20건 △농협은행 20건 △하나은행 10건 미만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적었던 우리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분쟁조정 진행 건이 없었습니다.
 
분조위 진행 건 중에는 6개월마다 환급이 이뤄지는 예금 상품으로 착각해 만기 때 재가입을 거듭하면서 전문투자자로 분류돼 낮은 비율의 자율배상안을 제시받은 고객이 합의에 불복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70세 고령의 고객이 퇴직금 수십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봤지만, 거래 은행으로부터 자율배상안 권고를 안내받지 못해 합의할 기회조차 없이 불가피하게 분쟁조정을 신청하게 된 사례가 포함됐습니다.
 
홍콩 ELS 사태 피해자들이 모인 금융사기예방연대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법무법인 YK는 이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돕기 위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에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진홍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금융당국을 통해 입수한 추가 자료를 확보하고, 분쟁조정에 그쳐 소송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자 분조위 절차를 밟게 됐다”며 “피해자들과 수 차례 면담을 통해 확보한 기본 자료와 더불어 분쟁조정 과정에서 추가로 확보한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피해자 10여명, 1차 집단소송 착수
 
금감원 분조위와 더불어 소송 포문도 열렸습니다. 이날 법무법인 정세는 홍콩 ELS 피해자 17명의 사례를 모아 1차 집단소송에 돌입했는데, 홍콩 ELS 관련 대규모 소송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법무법인 정세도 단순 투자피해자들의 금전적 피해 회복을 넘어,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기준을 확립한다는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1차 소송은 주요 시중은행을 상대로 사기 등 불법행위에 의한 계약 무효 및 부당이득 반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며, 배상 청구금액은 총 36억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정대화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가 주도하고, 금융 사건 경험이 많은 최재영 변호사, 기업법무에 능통한 정회석 변호사 등 관련 전문 변호사들이 법률대리인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법무법인 정세는 “이번 소송은 법원이 고위험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단호하고 명확한 책임 기준을 정립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자리”라며 “판매로 얻은 이익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불완전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금융시장 신뢰 회복 이정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법인 YK가 선제적으로 홍콩 ELS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 나섰지만, 분조위 진행으로 시간이 늘어지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일부 피해자들이 법무법인 정세와 손잡고 곧장 소송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새정부, 금융사 제재 속도 기대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ELS 제도 개선 방안'에는 은행 창구 분리 등 판매 기준만 제시할 뿐 금융사 제재나 은행권 자율배상 및 금감원 분쟁조정에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의 구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어 반쪽짜리 재발방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대표 공약으로 앞세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금융권 내 금융소비자 기조가 체계적으로 확립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장기간 늘어져 투자피해자의 볼멘소리가 나왔던 홍콩 ELS 후속 조치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앞서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홍콩 ELS 사태와 관련 금융사들의 제재 수위 등을 결정짓지 못한 채 이달 퇴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결정에 금융회사들이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약집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사는 금감원 분조위를 거쳐 마련된 중재안을 반드시 따라야만 합니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감원 내부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재명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금감원으로부터 주기적인 업무보고를 받고,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특정 금융상품의 손실에 대한 분쟁조정이 몰릴 경우 금융사에 부담이 상당히 가중될 수밖에 없어 정책 추진에 있어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분쟁조정에 대한 구속력이 발생하면, 징계나 손해배상 등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인 금융사고 예방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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