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현대차, 30조 쏟았지만…미 관세 리스크 '현재진행형'
관세 지속 시 연간 6조 손실 예상
현대차·기아·모비스 보유 현금 30조
외부 조달 투자 재원 병행 마련도 고심
2025-07-03 06:00:00 2025-07-0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일 09: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30조원대 역대급 대미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대까지 받았지만, 미국발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관세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대차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응책으로 추진했던 메타플랜트 가동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이중고에 직면한 모습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오는 7월8일이 그룹의 중장기 실적과 전략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정면돌파에도…관세 위협 여전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연장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로 인한 올해 영업이익 손실 규모가 6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정면돌파 전략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자리를 마련해 현대·기아(000270)차와 현대제철(004020) 등 계열사를 포함해 오는 2028년까지 총 2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직접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으로는 첫 번째 대규모 투자 발표로 현지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룹 총수의 투자 선언에도 불구하고 관세라는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모든 국가에 관세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언급하며 한국 자동차에 낮은 관세율을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실질적 대응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그룹의 대응 전략으로 내세웠던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부담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 “현재 가동률이 30%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초기 가동 손실만 약 13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관세 방어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달 초 미국 ‘세마포 세계 경제 서밋’에서 “210억달러 대미 투자는 인센티브나 관세 회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 장기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전략”이라며 “관세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지 생산을 통한 현지화”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앞으로의 관세 추가 적용 여부를 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적 타격 현실화…투자재원 마련 분주
 
과감한 투자 선언에도 미국 측의 확실한 정책적 화답을 받지 못하면서, 현대차그룹의 2분기 실적은 물론 연간 실적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메리츠 증권은 올 2분기 현대차의 예상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각각 3조3370억원, 2조885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9.5%에서 7.2%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우려는 관세가 계속될 경우다. 현재 수준의 25% 관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이익은 최대 6조원 이상 증발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4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실적 타격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 조달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 유동성 위기에서는 한숨 돌린 모양새다. 1분기 말 기준 현대차는 약 18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기아(13조원), 현대모비스(4조원)를 포함하면 그룹 전체 현금 보유액은 30조원을 웃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내부 유보금만으로 자금을 충당하기보다는 일부는 금융 구조화를 통해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은행 대출이나 사모펀드 활용을 병행해 자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북미 시장 내 공급망 재조정과 공장 간 물량 이동을 통해 관세 영향을 분산시키는 방식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IB토마토>에 “투자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공개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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