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이노베이션, 중복상장 '철퇴'…자금 조달 '빨간불'
'리밸런싱' 시작부터 꼬여…중복상장 '발목'
외부자금 수혈 통로 막혀…사모펀드 '기웃'
2025-07-08 06:00:00 2025-07-0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4일 17: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 철회로 자금 조달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높은 부채비율과 실적 악화에 공모채 시장도 두드리기 어려운 가운데 계열사와 자산 매각까지 지지부진할 경우 사모펀드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최근 개최한 직원 대상 타운홀미팅에서 2026년까지 달성해야 할 3대 과제를 제시했다. ▲부채 8조원 감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조 단위 증대 ▲신용등급 투자 적격 달성 등이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사진=SK온)
 
‘장용호 리밸런싱’ 첫 스텝부터 꼬여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탄탄한 정유, 에너지 사업을 기반으로 SK온에 조 단위 자금을 몰아주며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장 총괄사장은 이 과정에서 SK스페셜티 매각 등 SK그룹 내 주요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주도한 인물로, 지난달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강도 높은 변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36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3061억원 줄었으며, 화학사업 부문은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301억원 감소하면서 11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합병한 SK E&S 실적이 반영되면서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엔 실패했다는 평가다. 연결 기준으로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매출은 2022년 3분기(22조7534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대치인 19조8551억원을 기록했지만, 전사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6247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446억원의 영업손실로 전환했다.
 
이처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장 총괄사장은 부임 이후 대대적인 리밸런싱을 예고했지만, 이번에는 중복상장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SK엔무브 상장이 한국거래소 제동으로 철회된 것이다. SK엔무브는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연내 IPO에 도전할 계획이었으나, 한국거래소는 모회사와의 사업 중복성을 이유로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SK이노베이션은 별다른 대안 없이 상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SK엔무브는 윤활유 제조업체로, SK이노베이션이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다. 모회사인 SK(003600)㈜가 SK이노베이션을,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을 소유하는 출자구조에서 손자회사까지 상장에 나서는 것은 중복이라고 한국거래소는 지적했다. 특히 SK그룹은 대기업집단 중 계열회사가 219개로 가장 많다. 중복상장은 총수 일가가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지만,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금 조달 ‘비상’…공모 대신 사모펀드
 
장 총괄사장이 3대 과제로 부채 감축과 EBITDA 증대 등을 내세운 것은 근본적인 실적과 관련된 문제지만, 자금 조달과도 직결돼 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등급인 'Baa3'에서 투자 부적격등급인 'Ba1'으로 하향 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251%, EBITDA 대비 순차입금도 11.2배에 달하면서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받기도 했다. 특히 IPO를 통한 자금 조달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신평사들의 모니터링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상장을 통한 외부 자금 수혈이 가로막힌 가운데 향후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조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SK엔무브와 SK온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를 상대로 상장 철회에 따른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우선 SK엔무브의 상장이 철회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IMM크레딧앤솔루션(ICS)에 대한 관계를 빠르게 정리하는 모양새다. 앞서 ICS는 2021년 7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SK엔무브 지분 40%를 1조919억원에 매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콜옵션을 행사해 ICS의 SK엔무브 지분 중 10%를 1427억원에 인수했고, 향후 나머지 30% 지분을 8593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ICS는 작년까지 배당으로 약 6000억원을 회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장 SK엔무브 지분 인수를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재차 ICS와 손잡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공모시장을 두드리기 힘든 상황에서 ICS를 상대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투자 금액은 약 3767억원, 교환가액은 11만673원으로,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을 기대한 협상이 최근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건 SK온 FI들에 대한 투자금 상환이다. 앞서 SK온은 상장을 약속하고 한국투자PE와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8000억원을 유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보령LNG터미널 지분 50% 매각을 진행 중이며, SK E&S의 자회사인 코원에너지서비스의 서울 강남 부지 매각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둘을 합쳐도 손에 쥐는 현금은 1조원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자산들을 유동화해 최대 5조원에 이르는 자금 조달 방안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더욱 속도가 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SK 관계자는 “계열사 합병과 SK온 FI 조기 상환에 대해선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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