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고온 현상과 장마 종료 시기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주요 먹거리 품목들이 전방위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요. 특히 과일, 채소, 곡물 등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식재료의 상승률이 가파르게 나타나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복숭아 10개 가격은 2만3775원으로 불과 3일 전인 11일 대비 2.9% 상승하였습니다. 같은 기간 사과 10개 가격도 2만8072원으로 2.1% 올랐는데요.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수박(1통 기준)은 2만9816원으로 11일 대비 2.4% 상승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6.7%나 오른 수치입니다.
채소류 역시 폭염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생육 환경에 민감한 엽채류 중심으로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죠.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인 품목은 배추입니다. 이날 기준 배추 한 포기 가격은 4365원으로, 지난주보다 21.9% 상승했습니다. 이는 평년 대비는 물론, 최근 3년간의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당근(1kg 기준)은 같은 기간 3256원에서 3310원으로 1.7% 상승하였으며, 양파, 대파 등 다른 채소들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채소 가격 상승은 곧장 가정의 식탁뿐 아니라 식당, 급식 등 외식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곡물도 예외가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가격 변동이 완만한 쌀조차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쌀(20kg)의 소매가격은 5만9759원으로, 지난주보다 0.8% 상승했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일부 지역의 논에서는 수분 부족 현상과 병해충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올해 수확량에 대한 불안감이 조기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는 가을 이후 더 큰 폭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번 여름 가격 급등은 단발적인 현상이 아닌 반복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패턴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2023년 8월에는 전국 평균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배추 가격이 한 달 사이 118.4% 급등한 사례가 있었죠. 같은 기간 무는 128.7%, 쪽파는 56.7% 각각 상승하며 밥상물가 전반이 요동쳤습니다. 이어진 2024년 9월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폭염으로 고랭지 배추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도매가는 전년 대비 69% 급등, 9337원까지 치솟았는데요. 두 해 모두 고온·가뭄·국지성 호우가 겹치며 농작물의 수급 안정성이 무너진 결과였습니다.
폭염의 영향은 국내산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수입 농산물의 가격도 자극하고 있습니다. 곡물·수산물도 국제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에 따라 추가 인상이 예고되고 있죠. 특히 동남아, 남미 등 주요 수출국들도 동시에 기상이변을 겪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유통관리 강화에 나섰는데요. 2023년과 2024년에도 비슷한 방식의 대응이 있었으며, 일부 품목의 가격 안정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해 공급 불안정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는, 기존 대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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