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대출 전략 리딩뱅크 가른다
2025-07-30 06:00:00 2025-07-30 09:38:17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권이 경영 실적을 두고 벌이는 '리딩뱅크(순이익 1등 은행)' 경쟁에서 기업대출 공략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은 그간 역대급 실적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새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요구받으면서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은행별 자산 포트폴리오와 자본비율에 따라 기업대출 전략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상반기 순익 격차 1천억 불과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리딩뱅크 여부는 불과 순익 1000억원을 두고 갈렸습니다. 신한은행이 2조266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1위 자리를 지켰는데요. 그 뒤를 KB국민은행이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1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059억원보다 45%나 급증했습니다. 
 
하나은행의 추격 속도도 무섭습니다. 상반기 하나은행은 2조851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2조 클럽에 무난히 진입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342억원(19%) 늘어난 수준입니다. 이들 3개 은행의 순이익 격차는 크지 않습니다. 은행들이 한 분기에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기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가 언제든지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셈입니다. 
 
리딩뱅크 경쟁은 기업대출 실적에서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재명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가계대출 공급량을 감축하면서 은행권 경영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꽉 막힌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은행권은 자산 포트폴리오와 자본비율을 고려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국내 대형 은행의 대출 자산 구성을 보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이 50대 50 수준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 파장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올해 연간 실적은 물론 밸류업 프로그램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본비율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가계대출 비중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습니다. 지난 2분기 기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각각 181조원, 191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원화대출금 372조원 중 가계대출 잔액 비중은 48%에 달합니다. 가계대출 비중이 40% 초중반대에 형성돼 있는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습니다. 
 
가계대출 중심 자산 구성은 당국의 대출 규제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크지만, 그만큼 기업대출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종민 KB국민은행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를 감안할 때 올해 가계대출 성장률은 3% 내외 수준이 될 것"이라며 "기업대출 부문은 연간 6~7%대의 여신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영업 환경 변화에 따라서 우량 대기업을 신규 유치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고 중소 법인은 고객 기반을 관리하면서 부대 거래 이익 증대 관점에서 적정 성장을 추진, 소호는 업종·지역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서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나은행 "기업대출서 승부"
 
하나은행의 경우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대출 추가 확대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담대 위험 가중치 하한선이 상향되거나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부담이 큰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할 때 포트폴리오에 추가적인 변화를 줄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은행이 지난 2022년, 2023년 연속으로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오른 배경에도 기업대출이 있습니다. 하나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2021년 122조원에서 2022년에는 137조원으로 급증했고, 가계대출 129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기업대출은 2023년 157조원, 2024년 162조원으로 성장했습니다. 2분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72조원으로 전체 대출의 55% 비중을 차지합니다. 
 
정영석 하나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업대출 같은 경우는 상반기에 한 5조3000억원 늘렸고 하반기에는 월 1조원씩 늘려 나갈 계획이다"며 "당초 목표로 삼았던 연간 3.5% 성장률을 추진하는 데 아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면 건전성 관련 지표가 악화될 수 있는 점은 고민거리입니다. 지난 5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달보다 0.09%p 올랐는데요. 7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대기업대출 연체율(0.15%)보다 6배 넘게 높았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RWA 가중치 하향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습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기업대출이나 벤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대출 RWA 제도 개선 등 건전성 규제 완화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 등 다른 사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 업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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