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7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강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핵심 쟁점 법안의 강행 처리를 예고했는데요.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이용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대응, 대여 투쟁 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달 4일 본회의의 주요 처리 법안은 지난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던 상법과 노란봉투법, 방송 3법, 양곡관리법(농업 2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거부권 법안 놓고 '전운' 최고조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달 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법안은 윤석열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상법과 노란봉투법, 방송 3법, 양곡관리법(농업 2법) 등입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권 초반 국정 운영 동력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늦어도 8월 임시국회까지 대부분 쟁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윤석열정부에서 막혀 두 차례나 폐기된 '농업 2법'은 전날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만큼, 다음 본회의 때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 겸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 개혁 입법 속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윤석열정부에서 망가뜨린 재정·조세의 문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주요 쟁점 법안을 살펴보면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회사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또 파업 등 합법적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에서는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해 무제한 파업을 조장한다며 법안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민주당에서는 7번의 소위와 두 번의 공청회 등 충분하게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지난달 3일에 상법 개정안 1차가 통과됐기 때문에 시장 영향을 살펴보고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방송 3법도 강한 충돌이 예상되는데요. 개정안은 KBS 이사회를 11명에서 15명으로, MBC와 EBS 이사회를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농업 2법에는 주요 농산물 가격 하락 시 차액을 지급하는 '가격안정제'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양곡관리법'이 담겼습니다.
"막지 못한다면 늦추기라도"…여론전 나설 듯
여야는 쟁점 법안 통과와 저지를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쟁점 법안들이 내달 4일에 그대로 상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협상이 안 될 경우 소수 야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필리버스터밖에 없기에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들이 상정되면 법안 하나하나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상법과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등에 대해 조정해 합의처리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어떤 법을 먼저 올릴지 모르나, 5일 자정이 되면 7월 임시국회가 종료되기에 민주당도 8월 임시회를 다시 소집할 생각으로 보인다. 6일부터 계속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당의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야당인 송 위원장은 지난 29일 의원들에게 '경내 비상대기 알림'이란 내용을 공지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입법 폭주가 지속되고 있다"며 "내달 4일 본회의에 무더기로 상정돼 강행 처리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국회 경내에서 대기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여당에서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예고됐기 때문에 비상 시기인 점을 감안해 자리를 지키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8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이란 점을 감안하면, 필리버스터를 통해 입법을 늦출 뿐 해당 법안 저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입법 폭거를 알리는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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