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대법원은 최근 아파트 공급 주체인 A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미계약 물량을 가족과 지인에게 임의로 공급해 주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면 공개 모집 절차를 통해 투명한 방법으로 입주자를 모집,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한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의 취지를 고려한 겁니다.
서초동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A회사는 2020년 11월 이 사건 아파트의 청약을 진행하고 분양 계약을 체결했는데 청약 당첨 취소나 계약 포기 등으로 인해 20세대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게 됐습니다. A회사의 대표이사와 부사장은 가족과 지인에게 미계약 물량을 임의로 공급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A회사 대표이사와 부회장, 미계약 물량을 공급받은 두 사람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들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공동주택 중 미계약 물량 20세대에는 규칙 제26조 제5항 단서가 적용되는데, A회사의 대표이사와 부사장이 공개 모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 또는 이사, 용역업자 등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만 이를 임의로 공급한 건 주택법 제65조 제1항이 정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의해 주택을 공급받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A회사의 대표이사와 부사장에게는 각 벌금 700만원, A회사에게는 벌금 500만원, 아파트를 공급받은 두 사람에게는 각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대법원도 규칙에서 민영주택은 원칙적으로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해당 주택 건설 지역에 거주하는 성년자에게 1인 1주택의 기준으로 공급하고, 입주자 모집은 공개 모집의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정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규칙에서 주택 공급에 관해 미분양 물량과 미계약 물량의 공급 절차를 구별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규칙 제28조가 민영주택의 일반공급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28조 제10항은 위 규정에 따라 입주자를 선정하고 남은 주택이 있는 경우에는 제4조(주택의 공급 대상 규정)에도 불구하고 선착순의 방법으로 입주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청약이 주택 공급량에 미치지 못해 입주자를 선정하고도 남은 미분양 물량에 대해 입주자 선정의 예외를 정하고 있는 겁니다.
서울 도시의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 해당 사진의 아파트와 본 기사의 내용은 관련이 없습니다.
반면 규칙 제26조 제5항은, 입주자로 선정된 사람 중 당첨이 취소되거나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람 또는 공급 계약을 해약한 사람이 있으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예비 입주자에게 순번에 따라 공급하고, 예비 입주자가 없으면 성년자에게 1인 1주택의 기준으로 공개 모집의 방법으로 사업 주체가 따로 공급 방법을 정해 공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청약이 주택 공급량을 충족하여 입주자가 선정되었으나 계약 미체결, 취소, 해지 등 후발적 사유로 발생한 미계약 물량에 대한 공급 절차를 정하고 있는 겁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미계약 물량의 공급에 대한 통제는 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계약 물량에 대한 입주자를 투명한 방법으로 모집하도록 하고 주택의 전매 행위 제한 위반으로 공급계약이 취소되는 주택 등에 대한 재공급 절차를 마련한 것으로 봤습니다. 따라서 미계약 주택이 발생했는데 예비 입주자가 없으면, 사업 주체는 ‘성년자에게 1인 1주택의 기준으로 공개 모집’ 절차를 준수하는 내용의 공급 방법을 정해 해당 미계약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주택법 제65조가 금지하는 주택 공급 질서 교란 행위를, 같은 법에 따라 공급되는 주택을 공급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그 자격이 있는 것으로 가장하는 등 정당성이 결여된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거나 그러한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주택을 공급받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 통념상 거짓, 부정으로 인정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적극적 행위(작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행위(부작위)도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심을 수긍하고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한 겁니다.
주택법은 주택의 건설·공급 및 주택시장의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법으로서, 주택법에 따라 건설·공급되는 주택을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주택을 공급하는 조건과 방법 및 절차 등은 규칙에 자세히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또한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사업 주체는 공급 질서 교란 행위로 주택을 공급받은 사람의 공급 계약을 취소해야 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은 10년간 주택의 입주자 자격을 제한합니다.
공급 질서 교란 행위로 주택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계약금을 '몰취'당하는 등 재산상으로도 큰 불이익을 입게 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부동산 불패 신화 등으로 인해 공급 질서 교란 행위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가 주택을 공정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점차 제도가 정비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급 질서 교란 행위는 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인해 적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법에 정한 절차에 따른 공급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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