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진척이 더딘 가운데 금융사권의 상표권 선점 경쟁은 가열되는 모습입니다. 은행 등 제1금융권과 핀테크 기업에 이어 제2금융권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OK저축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OK홀딩스, 저축은행 최초 상표 출원
7일 특허청 지식재산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OK홀딩스대부는 이달 1일에 원화(KRW)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27건을 출원했습니다. 원화를 의미하는 'KRW'와 'WON(원)'과 암호화폐(가상자산)을 의미하는 'STABLE', 'TOKEN' 등에 'OK', '읏' 자와 비슷한 상업용 문구와 조합됐습니다.
위 상표들은 △암호화폐용·전자화폐용 소프트웨어 △내려받기 가능한 상품권·전자지갑 △디지털자산의 금융거래업·발행업 △암호화폐 전자이체업·금융거래업 등으로 분류됐습니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디지털금융 환경 변화에 발맞춰 신사업 동향을 적극적으로 스터디하고 다각도로 검토하고자 그룹 차원에서 상표권 출원을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OK홀딩스는 OK금융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OK금융그룹은 OK홀딩스를 주축으로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복합 금융그룹입니다. OK홀딩스는 핵심 계열사 OK저축은행을 필두로 OK캐피탈, OK신용정보, OK벤처스 등을 종속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번 스테이블코인 상표 출원은 OK홀딩스가 주체지만, OK금융이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2금융권을 주력 계열사로 국내에서 자리 잡은 만큼 OK저축은행이 발벗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제2금융권 중 카드사를 제외하고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권에서 스테이블 코인 상표 관련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간 스테이블코인 사업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던 업권 반응과는 대조적인 행보란 평가가 나옵니다.
또한 OK금융이 스테이블코인에 도전장을 내민 동시에 기존에 취급해온 간편결제,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른 금융서비스와의 연계 사업을 염두하고 움직인 것이란 해석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코인은 크게 대체 가능한 토큰(OFT)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로 구분되는데,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유로 등 기존 화폐나 금·은 등 실물자산에 고정 가치를 연동시켜 발행하는 가상자산입니다.
최근 수년간 OK금융은 블록체인, NFT,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2017년 블록체인 사업을 검토해오다 2023년 그룹 내부에 프라이빗(허가형) 블록체인 기술을 구축했습니다. 또 그룹 내 선불전자금융업자인 OK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OKIP)는 ‘올리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 ‘OK페이’ 내에서 NF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리고머니 포인트를 1:1로 전환·토큰화해 자체 코인을 발행·유통하는 계획도 장기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올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자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 미래디지털본부 산하에 인공지능(AI)팀을 신설해 신기술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최근 디지털 결제 전문 기업 다날과 디지털금융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도 동남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확장과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까지 스테이블코인 상표 선점 경쟁에 가세한 점은 괄목할 만한 행보"라며 "스테이블코인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문을 두드리는 만큼 법제화도 시간싸움일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법제화 전 금융권 선제 대응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가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덕 의원과 안도걸 의원, 국민의힘의 김은혜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의 김현정 의원도 기존 발의된 법안을 보완하고 진화시킨 형태의 법안 발의를 준비 중입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통과되거나 시행을 앞둔 법안은 전부한 상황입니다. 정치권 논의를 거쳐 최종안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자산 관리, 이자 지급 등 구체적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한 상황인데도 금융사들이 상표권 출원에 나선 것입니다.
올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등록만 800여건에 달합니다. 금융사와 핀테크, 빅테크 기업들의 상표 선점 경쟁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지급결제 기능을 기정사실화해 법제화 이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또 법제화 과정에서 업권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업권별 협의체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주요 은행들은 '오픈블록체인 DID협회(OBDIA)' 스테이블 코인 분과에 가입해 스테이블코인 공동 연구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OBDIA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의 제도화와 실증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협의체입니다. 현재 가입된 은행은 13개사(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BNK부산·BNK경남·iM뱅크·IBK기업·SC제일·Sh수협은행·케이뱅크·토스뱅크)로 집계됩니다.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9개 카드사(KB국민·우리·하나·신한·삼성·현대·롯데·BC·NH농협)와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습니다. 주 1회 이상 회의를 진행하며 법제화 대응과 기술 등 다각적인 논의를 거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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