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교황이 참석하는 세계청년대회(WYD)가 오는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립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청년들의 신앙 축제로, 교황과 청년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최대 100만명의 청년들이 모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WYD가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대규모 국제 행사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이에 ‘잼버리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협력과 지원도 필요합니다. <뉴스토마토>는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의미를 짚고 2년여 남은 행사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가 열릴 구체적인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선 무엇보다 적당한 장소를 선정하는 게 관건입니다. 지난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 인원은 4만여명이었습니다. 반면 서울 WYD의 경우엔 70만~100만명 규모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접근성과 날씨, 부대시설 등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습니다.
2027년 8월3~8일 열리는 서울 WYD는 각 지역에서 교구대회가 함께 열릴 예정입니다. 본대회를 개최하는 서울대교구를 포함해 전국 15개 교구(서울·인천·의정부·수원·춘천·원주·대전·대구·부산·안동·마산·청주·광주·전주·제주)에서 참가자들이 흩어져 교구대회를 진행한 뒤 서울로 집결해 본대회에 참여합니다. 본대회가 열리는 서울에서 최대 100만명에 달하는 인원을 수용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 게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가 위원장으로 있는 ‘서울 WYD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회 준비 실무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가 대회 후보지와 프로그램, 운영 방안 등의 기본 계획을 세우면 교황청에서 최종 결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현재 주요 행사 후보지로는 △서울 올림픽공원 △여의도공원과 한강 둔치 △월드컵공원 △광화문광장 △김포 수도권 매립지 △파주 임진각이 거론됩니다.
정순택 대주교가 지난 7월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발대식 발대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망신이 됐던 ‘잼버리 사태’를 학습효과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WYD 후보지 선정도 다각도의 고려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우선 대규모 인파를 수용하고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 물리적인 위치와 교통 접근성,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 지원이 가능한 기술적 측면들이 고려돼야 합니다 여기에 대규모 인원에 대비한 숙소 등의 부대시설, 먹거리와 위생, 안전 대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WYD 개최 시기가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정된 만큼, 한여름 무더위에서 야외 활동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필수적입니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 당시 한국스카우트연맹은 후보지 선정 기준으로 400점 만점에 후보지 입지 환경(50점), 시설 설치·확충 계획(50점), 소요 예산 확보 방안(50점), 지자체 유치 지원 계획(50점) 등의 세부 기준을 평가했습니다. 점수는 비공개였지만, 입지와 교통 접근성 등에서 새만금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숙소와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부대시설, 안전 대책 준비 등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박문수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은 “역대 세계청년대회가 개최된 장소들은 수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개활지나 강변 등지였다”며 “대회가 며칠씩 진행되는데, 수십만이 모이는 행사의 편의시설뿐 아니라 교황의 경호 문제까지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측면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는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장소의 상징성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3년 8월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두아르도 7세 공원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WYD)에서 각국의 청년들이 국기를 들고 개막 미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대 WYD에선 폐막미사 장소로 공항 활주로나 해변가 등 넓은 개활지를 주로 선택했습니다. 폐막미사에 가장 많은 참가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공간도 넓어야 해서입니다. 대회 행사가 장시간 진행되기 때문에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문제는 서울 시내에서 교통 흐름에 방해받지 않는 대규모 개활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교황청 성직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지난해 5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폐막미사 후보지로 김포 매립지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파주 임진각도 유력한 폐막미사 후보지로 꼽힙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 2월 전순택 서울대교구장을 만나 폐막미사를 임진각에서 개최해줄 것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휴전선을 접하고 있는 파주가 WYD의 평화 메시지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라는 겁니다. 또 임진각은 그동안 평화 콘서트와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며 각종 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개통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설명입니다.
‘2027 서울 WYD 폐막미사 파주 임진각 일원 유치위원회’는 임진각이 평화라는 주제와 함께 DMZ 생태계가 보존된 환경적인 측면에서 다른 후보지들보다 더 부각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진각은 서울 도심의 아스팔트 지역과 달리 숲과 임진강변에 위치한 자연환경 덕부에 체감온도가 낮아서 기후 여건도 유리합니다.
앞서 유치위원회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폐막미사 후보지 4곳을 분석하면서 서울 광화문과 김포 매립지 등 수도권 지역은 접근성 면에선 우수하지만, 장소의 상징성과 기후 영향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파주 임진각은 넓은 개활지를 활용한 공간 구축에 유리하고 평화와 연대의 상징성이 뛰어나다고 했습니다.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재명 DMZ평화문화기후센터 대표는 “임진각 일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과 세계 분쟁지역의 평화를 함께 염원하는 상징성이 크다”며 “서울 WYD가 한반도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평화와 기후위기 대응 메시지를 부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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