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홈플러스)①22만 생계 위협…지역경제 '치명상'
회생 6개월…인가 전 M&A 추진 총력
청산 시 22만 생계 위태로워져…지역 상권 침체도 불가피
경제·사회·산업 충격파 커…"정부 차원의 해결책 긴요"
2025-09-01 15:33:39 2025-09-01 16:03:53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리나라 2위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지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현재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적합한 인수자가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시장에서 판단하는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경제·사회·산업 측면에서의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홈플러스의 청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홈플러스가 국내 오프라인 채널의 중심인 대형마트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인 만큼 유통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데다, 홈플러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직원들도 적지 않아 청산 시 엄청난 후폭풍이 우려되는 까닭입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홈플러스의 존립 이유와 회생 전망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조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청산가치 높음에도…사회적 후폭풍 고려한 법원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이래 반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홈플러스는 현재 M&A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엄밀히 홈플러스를 둘러싼 구조적 한계 속에 일부 투자나 경영 개선만으로는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인가 전 M&A는 홈플러스 조기 정상화의 유일한 방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이달 10일입니다. 하지만 이날까지 회생계획안을 내놓지 못한다 해도 법원으로부터 기한 연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의 연장이 최대 1년 6개월까지 가능한 만큼, 산술적으로는 아직 1년가량의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일단 홈플러스의 회생과 관련한 시간은 어느 정도 확보된 셈입니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는 청산가치(3조7000억원)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서울회생법원은 조건부 인수 예정자를 정해 놓고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매각하는 안을 인가했습니다. 
 
청산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이 같은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사회적 후폭풍이 상당할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많은 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만큼 영업을 최대한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의도 역시 엿보입니다. 홈플러스의 회생 문제를 단순히 재무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종합적 판단인 셈이죠. 
 
이에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만이 살길이라 호소하며 회생 작업에 최대한 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임직원 및 수많은 협력사 직원들의 생계가 경각에 달려 있는 데 따른 조치인데요. 
 
홈플러스 관계자는 "선제적 회생 신청으로 지급 불능 상태를 막았고, 법원의 허가를 통해 인가 전 M&A 절차에 착수하는 등 두 차례의 큰 고비는 넘긴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시간이 어느 정도 있지만 이번 절차가 무산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근로자들과 협력사 관계자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청산 시 임직원 및 거래처 타격 불가피…정부 개입 필요
 
홈플러스의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부정적 파급 효과는 상당할 전망입니다. 우선적으로 22만명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관련된 직간접 고용 인원은 약 10만명에 달합니다. 세부적으로 이달 기준 홈플러스의 직접 고용 인원은 1만9248명이고, 배송 기사를 포함한 협력 업체 직원은 5만1837명에 이릅니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매출 25% 이상 의존하는 물류 납품 및 용역 업체 372곳과 이에 따른 협력 업체 고용 인원은 약 3만명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때문에 홈플러스 관련 직간접 고용 인원을 1가구당 평균 2.2명으로 추산하면 약 22만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순수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홈플러스와 연결된 거래처들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홈플러스 거래처는 약 6350곳이며, 이 중 홈플러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100%인 거래처만 해도 1127개에 달합니다. 아울러 홈플러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50% 이상, 100% 미만인 거래처도 944곳에 이르는데요.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실패할 경우 이들 거래처는 매출 상당수를 담당하는 판로를 잃게 되는 만큼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청산 시나리오에 따른 후폭풍이 단순히 홈플러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지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되는데요. 다양한 유통 채널이 밀집한 수도권과 다르게 지역의 경우 대형마트가 상권의 거점 역할을 하기에, 폐점 사태가 발생하면 이는 곧 연쇄적인 지역 상권 침체로 연결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 매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한 곳이 폐점하면 주변 상권이 크게 침체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 골목상권 매출은 주중 7.5%, 주말에는 8.9%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대형마트 폐점으로 유동인구가 감소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특히 대체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의 경우 이 같은 폐점은 곧 지역 공동화 현상으로 확산되기 마련인데요.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대형마트의 경우 소비자들이 쇼핑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세우고 방문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사정이 다르다"라며 "대형마트가 요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쇼핑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문화, 체험, 모임 등의 장소로 활용되는 경향이 짙다. 같은 대형마트지만 수도권보다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지역 대형마트 소멸은 일대 주민들의 랜드마크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홈플러스 사태가 유통업을 넘어 전 산업에 걸쳐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절실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는 지역의 기본적인 쇼핑 인프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역민의 문화 생활 거점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며 "특히 지역 소멸이 가속화하는 시기에 대형마트의 폐점 행렬까지 이어진다면, 지방 주민들은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번 홈플러스의 매각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본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 (사진=김충범 기자)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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