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자오면 순환(AMOC)의 작동 원리. (사진=MIT Technology Review)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대서양 자오면 순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흔히 ‘지구의 거대한 해류 컨베이어 벨트’로 불리는 시스템이 2100년 이후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만약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 순환이 멈추면, 유럽은 혹독한 겨울과 가뭄 같은 여름, 그리고 열대 지역의 강우 패턴이 급격히 변하는 기후 격변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 PIK)와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Royal Netherlands Meteorological Institute)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발표한 것으로 학술지 <환경연구레터스>(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8월28일 게재됐습니다.
겨울 바다 ‘심층 혼합’ 붕괴가 전환점
AMOC는 열대의 따뜻한 바닷물을 북쪽으로 이동시키고, 북대서양에서 차갑고 밀도 높은 바닷물을 남쪽으로 되돌려 보내는 순환 구조입니다. 이 과정이 유럽을 온화하게 만들고, 지구적 기후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동해왔습니다. 거대한 해류 AMOC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MIT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 2021.12.14.)의 그림 설명에 따르면 ‘(1) 대서양 수직순환의 얕은 상층부는 따뜻하고 염분이 높은 물을 북쪽으로 운반함. (2) 이 따뜻한 해류는 주변 공기와 육지를 가열하여 서유럽에 온화한 기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함. (3) 표층수는 북극에 가까워질수록 차가워지고 밀도가 높아져 해류를 수심 깊은 곳으로 밀어내며 이 순환 체계를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줌. (4) 깊고 차가운 물은 대서양을 따라 다시 남하함’의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와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 북대서양(라브라도해·이르밍거해·노르딕해) 겨울철 심층 대류의 붕괴가 전환점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 겨울철 대기와 해수 간의 온도 차가 줄어들어 바닷물의 혼합이 약화되고, 표면수가 가벼워져 아래로 가라앉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북쪽으로 흐르는 따뜻하고 염분 높은 해류의 공급이 줄고, 다시 표면수의 염분이 낮아지는 ‘자기 강화형 피드백’이 가속화됩니다.
PIK의 슈테판 람스토르프(Stefan Rahmstorf) 교수는 “이 전환점(tipping point)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발생할 수 있으며, 일단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는 쇠퇴가 시작된다”고 경고했습니다.
“2100년 넘으면 붕괴 불가피”…관측도 이미 경고 신호
이번 연구는 IPCC 6차 보고서에서 활용된 CMIP6 기후 모델을 2300년~2500년까지 확장해 분석한 결과입니다. 분석 결과 모든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AMOC는 2100년까지 급격히 약화되다가 이후 완전히 멈췄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일부 중배출 시나리오 및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도 붕괴가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 시브렌 드리프하우트(Sybren Drijfhout) 박사는 “관측 자료를 보면 지난 5~10년간 북대서양의 심층 혼합 깊이가 일관되게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났다”라며 “단순한 변동일 수 있지만, 모델 예측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현재까지의 관측망에 따르면, 2005년 이후 AMOC의 세기는 10년당 약 0.8 스베르드럽(Sv, 초당 백만㎥ 단위)씩 감소해왔습니다. 이는 짧은 기간으로 통계적 유의성이 크지 않지만, 장기적 약화 경향을 뒷받침하는 신호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시각입니다.
연구진 “지금 당장 배출 감축해야”
AMOC 붕괴는 단순히 유럽의 문제가 아닙니다. 논문에 따르면 AMOC가 사라질 경우 북대서양에서 방출되는 열은 현재의 20% 이하로 감소하고, 일부 모델에서는 사실상 “0”에 수렴합니다. 이는 ▲북서유럽의 혹한 ▲서아프리카·남미의 우기 변화 ▲북대서양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해류 시스템의 급격한 약화와 중단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PIK의 람스토르프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모델상 해류는 전환점이 넘어간 후 50~100년 만에 완전히 쇠퇴한다. 그러나 이는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표준 모델은 그린란드 빙하 손실로 인한 추가 담수를 포함하지 않는데, 이는 시스템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배출량을 신속히 감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록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이는 AMOC 중단 위험을 크게 줄일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고기후 연구를 살펴보면 지구상에 실제로 AMOC가 붕괴한 전례가 있으며, 현재 관측에서도 약화 조짐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후 모델은 21세기 내 완전 붕괴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최근 연구들은 임계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경고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기대해봅니다.
논문 DOI: 10.1088/1748-9326/adfa3b
AMOC가 정지하는 모델 시뮬레이션에서 관측된 26°N 지점의 AMOC 강도 시간 변화. 짧은 청록색 선은 2005~2023년 관측 데이터의 추세를 나타내며, 선의 색상은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배출 시나리오를 표시한 것. (사진=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