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현대모비스는 오히려 미국 사업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생산 역량 강화 전략이 관세 장벽을 무력화시키며 경쟁 우위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역량 강화도 현대모비스의 호실적으로 다가올 전망입니다.
지난달 27일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 발표자로 나서 회사 미래 성장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30조6883억원, 영업이익 1조6467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7.6%, 영업이익 39.7%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시장에서의 탁월한 성과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이 타격을 우려했지만, 현대모비스는 오히려 미국 사업에서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습니다.
미국 관세가 시행된 2분기에도 매출 15조9362억원, 영업이익 8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7%, 36.8% 성장했습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2분기 미국에서 발생한 관세 손실을 500억~600억원으로 제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차 부품용과 애프터서비스(A/S)용 부품 대부분을 기존 재고 물량과 현지 생산으로 충당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같은 기간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익이 반영되며 480억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 관세로 인한 손실을 사실상 상쇄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이러한 실적은 전동화 전환에 발맞춰 일찌감치 구축한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2019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전기차 부품 전용 공장을 차례로 건설해 운영해왔습니다.
HMGMA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 (사진=현대차)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연간 30만대분의 배터리 시스템과 40만대분의 구동 모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은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생산 거점 중 최대 규모이며, 미국 현지에서 전동화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현대모비스의 미국 사업 성공은 모회사인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와 기아에 납품하는 비율은 올해 기준 9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88만700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증가했습니다. 특히 전기차 판매량은 6만3000대로 같은 기간 54% 급증했습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타 완성차 업체로의 부품 공급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시스템과 구동 모터 등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춰 외부 고객사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 등 미국 빅3 완성차 업체와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미국 사업이 더욱 탄력 받을 전망입니다. HMGMA의 완전 가동과 함께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전기차 부품 공급량도 상반기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품 공급 증가는 AMPC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규모 확대로 이어져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복잡한 미국의 정치적 결정 속에 현대모비스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큰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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