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재무 불안 겹친 '집사 게이트' 리스크 심화
순이익 늘었지만 자본 확충 지연·현금 유출 심화
건전성 개선 안갯속, 특검 수사까지…위기감 확산
정근수 소환 파장, 금융투자업 인가 적신호 될까
2025-09-09 16:23:38 2025-09-09 16:43:12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신한투자증권의 재무제표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지난해 1300억원 규모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손실로 드러난 내부통제 부실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본 확충은 지연됐고 현금 유출, 트레이딩 손실, 충당금 확대 등으로 내부 체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집사 게이트'로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 정근수 CIB 총괄사장이 소환되고 강경 기조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되면서, 금융투자업 인가 심사에도 평판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익 늘었는데 돈은 없다…수익성 흔들리고 현금흐름 악화
 
(그래픽=뉴스토마토)
 
재무제표 곳곳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불안이 확인됩니다. 2025년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2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지만,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1313억원(2.4%) 증가에 그쳤습니다. 896억원의 연차배당과 54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배당 등 총 950억원이 주주환원으로 빠져나가는 등 자본 확충 효과가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현금흐름을 보면 문제는 더 뚜렷합니다. 상반기 순이익 2589억원에도 불구하고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1조8306억원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차입부채 순감소가 1조7191억원에 달해 겉으로는 레버리지 관리와 재무 안정성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금 유출이 커지며 운용 여력이 축소되는 이중의 부담도 드러냈습니다. 투자활동현금흐름도 1조1916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5767억원 이익에서 크게 악화됐는데, 매매차익을 위한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취득액이 2조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사모펀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 장기성 자산이 대부분이라 단기 현금화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수익성 지표도 흔들렸습니다. 트레이딩 손익은 2024년 상반기 1413억원 흑자에서 2025년 상반기 646억원 손실로 돌아서 영업이익의 20%를 상쇄했습니다.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220억원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해외사업환산손익도 180억원 이익에서 329억원 손실로 전환됐습니다. 환율 변동기에는 총이익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비용 구조도 취약합니다. 2025년 상반기 판관비는 3919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유사했지만, 영업이익(3185억원)을 웃돌며 부담이 컸습니다. 
 
완전자본잠식 속 투자…'집사 게이트'로 비화
 
신한투자증권은 '집사 게이트'라는 대형 사법 리스크까지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집사 게이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 측근으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가 2023년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HS효성, 키움증권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유치한 뒤 별도 법인 이노베스트코리아를 거쳐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에서 비롯됐습니다. 신한은행도 2023년 6월 해당 운용사를 통해 3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검은 관련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IMS모빌리티는 당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자본총계는 2022년 139억원에서 2023년 925억원 적자로 전환됐고, 2024년에는 1204억원 적자로 확대됐습니다. 부채총계는 같은 기간 463억원에서 1549억원으로 불어났고, 자산은 602억원에서 345억원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2024년 유동부채가 1428억원으로 자산총계의 네 배를 넘어서 단기 채무 불이행 위험이 컸습니다. 전년도에 184억원 투자가 들어왔음에도 재무제표는 오히려 악화된 셈입니다. 순손실도 2022년 55억원, 2023년 154억원, 2024년 263억원으로 확대되며 기업 존속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금융사 자금이 대거 흘러든 배경을 두고 특검은 '청탁성 투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복수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업력 11년차에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이라면, 이를 뛰어넘을 만한 호재나 잠재력이 뚜렷해야 투자가 가능하다"며 "IMS모빌리티는 그런 요소가 전혀 없었으며 사실상 불가능한 투자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정근수 소환 파장, 금융투자업 인가 등 리스크 될 듯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신한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해당 건은 기술기반투자로 50억원 이하 금액의 경우 부서장 협의체인 투자심의운영위원회가 승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당 협의체 의사록에는 "대상회사 재무 리스크 상존", "차입금 규모 크고 신용등급 열위", "초기 매출 및 수익성 미흡한 수준" 등 부정적 의견이 다수 기록돼 있었습니다. 투자 당시 신한 측도 이미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투자 승인신청서에도 IMS모빌리티의 향후 전망과 경영진 역량이 모두 'C-'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신한 내부 관계자는 "정무적 성격의 투자로 보이며, 이 경우 대부분 위에 보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맞물려 금융투자업 인가 심사도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7월말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에서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 중 4곳의 심사 중단 의견을 냈지만, 금융위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정책 취지를 들어 심사 재개를 결정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에서 IMS모빌리티 투자 주도 인물로 정 사장이 지목되면서, 신한투자증권의 금융투자업 인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파생상품 사고로 드러난 내부통제 부실을 수습하기 위해 올해 초 이선훈 사장이 선임됐지만, 재무 건전성 개선은 여전히 더딘 상황입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시장 질서와 공정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정 사장을 둘러싼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특검에도 금감원 직원이 파견돼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상반기 재무제표만으로 재무 건전성 개선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정 사장 관련 수사는 신한은행 시절 일로 우리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정근수 신한투자증권 CIB 총괄사장(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7월23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으로 소환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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